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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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 미아로 산다는 것

 

 

 

 

 

워킹 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소련에서 태어나고 러시아에서 자라 한국에서 공부하고 노르웨이에서 가르치는 '미아' 같은 박노자. 탈로脫露와 탈남脫南을 선택한 그는 대한민국의 대다수 구성원이 자신처럼 '집' 없이 미아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거기에 서열사회, 과로사회, 불안사회? 이게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니! 21세기 대한민국,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박노자는 대한민국에서는 강남, 8학군, 서울대 출신들이 청와대 고위직이나 주요 재벌 기업의 임원직을 독식하고 있으며 사회 구성원의 47퍼센트가 자기만의 집 없이 떠돌고 있다고 꼬집는다. 서열이나 급級이 한국에만 있겠냐만, 자기만의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이 우리나라에만 있겠냐만 딱히 반박할 말이 빈약하긴 하다.
그나마 노르웨이에서는 권력, 그러니까 사회적 '힘'의 분산이 많이 진행되었다고 분석하는 저자는 노르웨이 사회의 상당 부분이 평준화되어 있다고, 예컨대 '명문대'라는 개념의 괴물의 출현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예방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르웨이가 언제나 행복지수 선두주자를 차지한 나라이니만큼 대한민국의 행복지수 상승을 위해서라도 탈脫학벌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요 주장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가 된 구성원들이 연대가 아닌 혐오를 지닌 채 고립에서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안전한 집,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나쁜 점만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얼마나 팍팍할까. 다행히 박노자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다. 단, 이 장점들은 '이재용'들의 덕이라기보다는 여태까지의 꾸준한 투쟁으로 '이재용'들의 전횡을 그나마 조금 견제하게 된 그 피해자들의 쟁취물이거나 그저 객관적 '상황'의 선물이다.
공공 의료 체제, 대단히 훌륭한 대중교통 체제, 한국 국내총생산의 거의 40%를 차지하는 공업, 거대 우파 정당의 부재, 낮은 군사주의적 분위기, 조직 노통의 힘, 노동자를 조직화할 가능성, 전쟁에 대한 혐오증, 평화 추구적 분위기의 공고함 등은 한국 사회의 커다란 장점들이다.
그런데 통일이 돼도 남한의 자본주의는 그대로, 즉 신자유주의적 형태로 남아 있다면 통일 코리아의 나날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통일은 꼭 필요하지만 '어떤' 통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이라고 불리는 박노자, 정작 자신은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애정과 날카로운 논리를 동시에 지닌 채 한국 사회의 워킹 푸어 실태를 살핀다. 변화는 안으로부터 온다고 했던가. 저자는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가장 혁명적인 발상이며, 이로써 디스토피아 같은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워킹 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를 짓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담담히 이야기는 박노자. "미아로 산다는 것"을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를 보는 시선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 우리는 몹시 외롭고 힘들다. 이 상황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불평등과 격차를 생각해보는 시간, 박노자와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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