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화길 작은책, 다정한 유전

 

 

 

 

이것은 애정이야, 미움이야?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터전, 아들이 아들에게 물려주고 딸이 딸에게 전해 받은 것, 유전이었다. 하지만 해인 마을의 유전은 좀 달랐다. 그들은 집안의 입을 덜고 스스로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부모에게 진 빚을 갚는, 특별한 문화가 유전되었다.
그런 곳을 그해 한 사람이 떠났고, 열아홉 살이던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것은 해인마을의 미래를 암시하는 일인지도 몰랐다.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민영과 진영은 언뜻 아름다워 보이는 이 마을의 방식을 물려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을 떠나고자 했고 그 탈출 방법은 어쩌면 대학 입시였다. 대학 입시를 위해 작은 학교에 주어진 단 하나의 기회를 잡으려고 진영과 민영은 다투었고 어쩌다 보니 그 기회를 노리는 이가 단지 둘뿐만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학교의 아이들은 모두 한 편씩 글을 쓰고 그중 더 나은 작품을 뽑아 그 작품을 쓴 사람을 대회에 나가게 하자고 협의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쓴 같은 소재의 이야기들은 묘하게 연결된다. 남편 혹은 아버지 혹은 이웃집 남자에게 살해당한 여자들,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여자들, 뜻밖의 사고를 당한 여자들... '슬프고 기괴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세상을 견디는 여자들'의 삶이 글로 피어나 다른 사람에게 읽힌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요 내 친구의 이야기였으며 끝나지 않는 소설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데 해인 마을은 끝나버린다. 아이들이 글을 쓴 지 20년 만에 살던 곳이 사라졌다. 유전이 사라졌다. 한 아이가 떠났던 그곳에서 많은 아이가 떠났고, 예전의 유전은 사라졌으며, 새로운 유전이 시작되었다.

 

 

 

 

 

 

 

작가 노트의 '마지막 이야기는 없다'는 작가의 고백을 읽으며, 마지막 이야기를 달라고 떼를 쓰고 싶었다. 그녀가 시작했으나 또 다른 그녀의 이야기로, 그리고 다시 또 다른 그녀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희한한 연결의 소설. 그래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저 마을이 사라진 것처럼 아마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사라질지 모른다. 어쩌면 또 다른 그녀들에 의해 이 이야기는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입구와 출구가 따로 없어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될지도 모른다. 혹시 이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슬프지 않고 기괴하지 않으며 경쾌한 마음으로 세상을 즐기는 여자들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마음,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은밀한 연대의식을 가진 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이야기. 강화길 저자의 콜라주 형태의 소설, 다정하지 않은 "다정한 유전". 아르테의 작은책 시리즈로 만나보았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 후기입니다.
#다정한유전 #강화길 #아르테 #작은책시리즈 #콜라주소설 #친구 #마음 #소설 #작은책 #고딕스릴러 #소녀 #연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