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린
장래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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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현생 인류 최후의 엑소더스가 시작된다!

 

 

 

 


섹스로 태어난 1세대는 이제 그 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계획 없이 태어났기에 품질도 떨어지는 1세대, 그들은 국가의 연구 자원이었다. 정교한 수공예품으로 태어난,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미래형 인간 3세대 재희는 1세대 중 심장에 이상 있는 은성을 사랑했다. 은성은 새로운 삶을 거부하고 1세대로서의 삶을 이어가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예상 수명을 채우고 죽은 후 실험 대상이 되어버린 은성, 이제 은성뿐 아니라 사망한 자연인들의 데이터는 죽은 이의 의식을 되살리는 연구에 쓰일 것이었다.
재희는 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은성의 생체정보를 모조리 자신의 머릿속을 복제한다. 혼자서만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기에 재희는 은성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은성의 마지막 순간은 데이터에서 빠져 있는 걸까?

 

 

병이다.
죽음은 인류가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이다.

 

 

은성의 마지막 순간의 데이터를 손에 넣기 위해 오빠에게 부탁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재희는 갑작스런 오빠 범재의 죽음을 전달받는다. 자궁이 아닌 수조에서 삶을 시작한 3세대에게 죽음이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 사태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재희 자신이었다!
일주일 후, 범재는 다시 살아났고 재희는 미래연구소의 북동으로 격리조치되었다. 그때부터 재희에게 무수한 데이터들의 접촉 시도가 이루어졌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생체 데이터들이 발신자도 가려진 채 재희가 원하지도 않았지만 마치 원했던 것처럼 꾸준히 그녀에게 흘러들었고 그것 때문에 재희는 데이터 밀반출 혐의 및 폭행 혐의를 받는다. 급기야 오빠의 임종 데이터를 수신한 재희는 데이터의 전송 루트를 역추적하려다 1세대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야 마는데...

 

 

인간은 모순적인 동물이야.
후대가 자기보다 나았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을 뛰어넘으려 들면 극도로 불안해하지.
저들이 천성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나갈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미래형 인간 3세대가 탄생하고 가상현실로 이주하려는 현생 인류 1세대의 자살이 속출하고 지구 문명의 종말을 앞당길 데이터 인간 4세대가 출현한다. 글로 적자니 무시무시한 느낌보다는 막막한 기분이 드는 SF소설 "홀린"의 기본 전제다.

 

그런데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 존재하는 줄 알았던 3세대는 결국 연방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똑똑한 가축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진다. 3세대였던 박범재는 모든 상황을 알았기에 동생 재희를 일깨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손상시키고, 재희는 범재가 구축한 홀린으로 들어가 연구소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기로 한다.
(이 와중에 동물의 가상현실 트랜스포팅 실험에 동물학대의 혐의가 제기된다는 부분이 나와
잠깐 어이없음. 개와 고양이는 동물학대의 혐의...라니! 인간은? 인간에 대한 보호는 없는데 동물에 대한 보호의식은 있다?)

 

 

 

당연했던 것들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구나.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인 홀린의 사람들, 그들은 기계 시스템으로부터 일체의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솎아내면 사라져버릴 4세대에 불과했다! 재희가 되살려낸 은성은 그들을 '어쩌다가 분에 넘치는 생명력을 얻은 얼뜨기 집단'이라 규정했고 자신의 몸을 손상시켜 데이터로 태어난 범재와 새롭게 몸을 고쳐 살아난 범재의 맞대면에서 보여지듯 3세대와 4세대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였다.

스스로 자살을 택했기에 죽자마자 데이터로 다시 태어난 4세대는 과연 인간인가?
지상에서의 경험이 지나치게 생생하고 금방 흥분하고 쉽사리 미워하며 파괴적 본능을 주체하지 못할 그들을 접한 재희, 영생을 원하지 않는 은성과 함께 홀린에서 영생을 누리고 싶었던 재희에게는 범재가 구축한 '홀린'에 흡수될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무한재생능력을 지닌 채 살아가다가 데이터화되기보단 유한한 몸이라도 진짜 세상, 가상이 대체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세상을 원했던 그들의 이야기, 장래이의 SF소설 "홀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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