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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평점 :
욕망으로 파괴 당하고 녹아버리는 삶이라, 소금 비늘
미끼가 없으면 희생양을 쓸 수 없다.
그러니 어떤 미끼를 쓸지 잘 봐둬라.
희생양에 대해 동정할 것 없다.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다.
마리는 백어였다. 그녀는 남편 용보에게 소금 비늘 하나를 주고 나머지는 욕조에 몸을 담가 녹여버리고 겨우 몇 개 남은 것을 자신의 그림 작업에 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소금에 손을 대면 용보가 누려오던 모든 것을 잃을 거라고 경고한다. 용보는 맹세의 증표를 챙기고 끝내 마리의 소금마저 챙겨 욕심을 채우지만 그 결과로 아내를 잃고 마리와의 사이에 낳은 섬을 잃고 자신이 판 소금 비늘을 산 친구 준희를 잃고 제대로 된 삶마저 잃는다.
대대로 소금을 다루는 상인 집안의 후손인 준희는 소금 비늘을 이용한 염린등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는 마리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이제 자기 대에 이르러 조상 때부터 만들어오던 염린등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사백아흔몇 개의 소금 비늘을 엮어 만드는 염린등은 이제 사백아흔 개까지 채워졌고 순하가 가지고 있던 것과 용보가 숨겨두었던 것까지 합하면 최후의 숫자까지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울 일이 아니었다.
소금 비늘에 관련된 이들은 모두 일찌감치 죽든지 환상에 시달리든지 서로를 의심하든지 진실과 가짜 사이를 오도가도 못하며 방황하는데...
그는 자신이 지금껏 살아왔던 삶에 문득 속은 기분이었다.
현재는 모두 털리고 과거의 시간은 잘려 나가고 미래는 꽉 묶여버린.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에 빛나는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로 강렬한 두려움을 선사했던 조선희 작가의 신작이라 하여 냉큼 손뻗은 미스터리 판타지 "소금 비늘"이다. 우리에게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다는 전설은 뒷전이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희생정신 강한 인어공주의 모습에 더 강렬한 인어건만, 조선희 작가의 손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로 태어났다. 인어공주와 세이렌이 한데 섞인 느낌이랄까, 날카로운 비늘을 세우듯 자신의 경계를 지독하게 지켜내는 것처럼 보이는 인어들은 결국 안 그런 척하며 끝까지 희생하고야 만다. 인간의 감정을 빨리 배웠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계속적으로 묘사되어온 광포함이 너무 확실히 그리고 급격히 쪼그라드는 느낌이랄까.
이것은 결국 인간과 화합하고 싶었으나 끝내 섞이지 못했던 백어들을 위한 위로곡일까. 남의 것에 손대지 말라고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교육받지만 본성적 끌림과 호기심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채 '오래전에 죽은 그림자들이 돌아와 진실을 알려주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사람들의 욕망을 다룬 미스터리 판타지. 소금 비늘이 그것을 훔친 도둑의 목을 뎅강 자르는 무시무시한 칼로 쓰일지 오묘한 빛으로 바다를 표현해내는 도료로 쓰일지, 선택은 우리의 몫! 핏빛 석양 속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조선희표 인어 이야기 "소금 비늘"이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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