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도둑, 진짜냐 거짓말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착한 도둑
해나 틴티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착한 도둑, 진짜냐 거짓말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한 성 안토니오 보육원에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렌. 왼팔 손목 부분에 봉합된 흉터가 남은 채 버려진 갓난아기의 리넨 잠옷 목깃에 R,E,N 알파벳 세 글자가 수놓여 있었기에 왼손 없는 남자 아기는 ‘렌’이라 불리게 되었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하나씩 입양되어 떠날 때 혹은 나이가 찬 아이들이 군대에 끌려가는 등 절대 저항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때면 소년은 손목의 흉터가 더욱 가려웠고, 가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물건을 훔쳤다. 주로 훔치기 어려운 물건들이 그 대상이었고 수도원 아이들의 물건이 사라진 것도 대부분 렌의 짓이었다.
한 아이가 선택받아 입양되어 떠난 후 그가 남기고 간 소지품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움이 일었고 렌은 체벌을 받았다. 렌은 체벌의 대가라도 되듯 신부의 책을 한 권 훔쳤다.

왜 이 책을 훔쳤니?
기적을 갖고 싶었어요.

마침 10여 년 전 잃어버린 동생을 찾겠다며 보육원에 온 푸른 눈의 벤저민 냅은 렌을 지목해 보육원 문을 나선다. 벤저민을 따라가게 된 렌은 문득 자신이 버리려 하는 모든 것에 향수를 느낀다. 하지만 이제 다신 돌아오지 않을 곳이었다.
렌은 졸지에 벤저민의 아들 신분이 된 채 자신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준 선량한 사람들의 말을 흄쳐 달아나고 술주정뱅이 같은 톰과 합류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을 배운다.

밖에서 살아남으려면 (중략) 필요한 게 뭔지 알고 그게 마침 눈앞을 지나가면 챙겨야지.

렌 일행은 일정한 거처도 직업도 없이 사기꾼, 떠돌이 약장수, 무덤 도굴꾼 등의 행각을 벌이다가 어느 마을 하숙집에 둥지를 틀다시피 한다. 마침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를 도굴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는 교회 묘지에 갔다가 산 채로 관에 묻혀 있던 사람을 데려오게 되는데...

완전히 새로운 날이란 건 없었다.
진실 같지 않은 진실을 늘어놓는 벤저민과 그에 매혹 당하지만 끝내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렌. 19세기 미국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보육원 출신 소년 렌이 겪는 파란만장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뜻밖의 진실에 맞닥뜨리고 풍파를 겪었던 만큼 순간의 재치를 발휘해 돛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 양식의 "착한 도둑"은 제목에서부터 그 아이러니를 과감히 드러낸다. 도둑이면 도둑이지 착한 도둑이라니!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이 제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다 싶다. 입만 열면 구전되는 이야기를 해대듯 거짓말을 쏟아내는 벤저민에게 과연 진실이란 있을 것인가.
'착한'에 초점을 맞추느냐 '도둑'에 중점을 두느냐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읽느냐는 오로지 독자의 선택! 물론 이 제목에서 연상되는 반전에 반전 같은 요소는 대부분 알아챘으리라.
'찰스 디킨스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만족해했을 작품'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평가를 받은 해나 틴티의 고딕 소설. 열두 살 소년 렌의 모험과 성장을 그린 미시사 소설 "착한 도둑"이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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