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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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의 말하는 산문집. 책, 이게 뭐라고

 

 

 

 

가끔 "책을 언제 어디서 읽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게 "물을 언제 어디서 마시느냐"는 질문처럼 들린다. 그냥 아무 데서나 수시로 읽는다. (중략) 물을 안 마시면 목이 마르고 책을 안 읽으면 마음이 허하다.

 

 

 

"한국이 싫어서"로 처음 만난 작가 장강명이 산문집을 냈다. 음, 소설가의 산문집은 그다지 기대되지 않아 책을 펼치기는 자꾸 망설여졌다. 그런데 재밌게 읽어버렸네. 신변잡기라고 인식되는 산문집이라기엔 왠지 작가의 철학이 많이 드러나 있어 좋았다고나 할까.

 

말하는 장강명은 '살아 있는 개인을 미워하지는 말자'라는 철학이자 신념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말하기보다는 언어를 기록하는 일에 매달린다.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때로 그는 읽기와 쓰기를 다른 특정 개인이 아닌 의미의 세계 혹은 나 자신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고 여긴다. 그래놓고는 소심하게도 다른 사림들, 특히 '시인들도 그럴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장강명에 따르면, 글은 기록으로 남기에 쓰는 인간은 말하는 인간보다 일관성을 중시한다. 또한 말은 상황에 좌우된다. 그래서 말하는 인간은 쓰는 인간보다 맥락과 교감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장강명 자신은 읽고 쓰듯이 말하고 들으려 하는 사람이었기에 언뜻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말하고 듣기를 배운단다. 읽고 쓰기만큼이나 어려운 의사소통 기술이 아닐 수 없단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읽기 쓰기 말하기도 듣기가 모두 어려운데 작가는 이 중 두 가지만 어려워하니까 나보단 훨씬 나은 처지겠다.

 

 

 

 


여튼 장강명은 팟캐스트 <이게 뭐라고>에 초대손님으로 나갔다가 이후 <책, 이게 뭐라고?!> 시즌 2의 진행자로 진화(!)하면서 말하고 듣는 세계를 누비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중요하고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는 중요한 차이를 발견한다.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하는 읽고 듣는 세계의 원칙인 '윤리', 문화와 주관의 영역에 속해 맥락에 좌우되기에 그 상황에 따른 적절한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예의'. 그 두 가지의 비교를 통해 말하고 듣기에 능숙한 이들이 상대의 비언어적 표현을 빠르게 알아채고 그에 적절히 대응할 줄 안다는 것에, 그런 감수성이 만들어내는 우아한 대화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이후 말하고 듣는 세계에서 그는 기존의 독서 모임에 회의적이었던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온라인 독서 토론을 팀원들에게 제안하기에 이른다. 스스로 독서공동체를 만든 셈이니 이 정도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 그리고 팀원들의 적극 참여에 스스로도 놀라고 만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장강명은 '책'이 읽고 쓰는 세계뿐 아니라 말하고 듣는 세계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무게중심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읽고 쓰는 인간'들을 향해 나지막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내게 독서는 호흡이다. 나는 이미 읽고 쓰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경고한 그 세계다.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다양한 작가를 직접 만나 고민과 아아디어를 나누는 기쁨, 출판 기획에 대한 견해, 자신이 추구하는 르포르타주, 추천 도서 등 내내 자신의 변화와 심경에 대한 이야기로 끌어가던 장강명은 산문집 "책, 이게 뭐라고"의 에필로그에 와서야 독서에 대한 고백을 툭 내뱉는다. '내게 독서는 호흡이다.' 이 말을 누군가 내게 했는데, 그게 누구였더라. 기억력의 한계를 결국 극복하지 못한 채 나는 이제 이 말을 장강명 작가가 했다고 새긴다.
표지는 가벼워 보이지만 책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의 즐거운 상상이 담긴 산문집 "책, 이게 뭐라고"다.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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