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 김주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5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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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김주영,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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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떠나가버린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당신만 간직하기 위해 아버지의 추억을 내게 말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어머니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아버지를 추억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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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집에 들어앉아 생계를 위해 재봉틀을 돌리는 어머니는 아마 천리안을 가졌는지, 희한하게 세상사를 꿰뚫고 있다. 집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듯 붙박이처럼 이사도 하지 않고 6년째 살고 있는 그곳에서 열세 살 소년인 ''는 어머니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듯 때론 능구렁이처럼 짐작으로 넘기며 함께한다. 그 마을에 허리께까지 닿는 큰눈이 내린 그날, 집으로 피신 들어온 거렁뱅이 열일곱 삼례를 만난다. 고집스럽고 강단 있는 삼례는 어머니와의 관계에 긴장을 조성하는가 싶지만 사실 어머니의 한을 자극하고 잠재적으로 폭발시키는 매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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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홍어가 바다를 떠나 이 산골 동네까지 와서 또다시 종적을 감춰버렸으니, 그 홍어 팔자도 나만치 기구한 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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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한구석에 매달아둔 홍어는 어쩌면 아버지의 상징이었다. 감히 먹지도 못하던 그 홍어를 삼례는 폭설의 밤에 몽땅 먹어치워버린다. 어쩌면 어머니에게 이곳에서 떠나라는 암시를 준 것일까. 그뒤 어머니는 객지의 남편, 열네살 된 ''의 아버지가 싼 똥을 전달받으니 간난쟁이 '호영'이다. 아이를 데려온 여인이 홀연히 종적을 감추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키울 준비를 한다. 나는 한순간에 집안에서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 아이도 싫고 어머니에게도 서운하다. 이런 마음을 위로받겠다고 술집 작부가 된 삼례를 찾아가지만 누나는 이미 그 마을을 떠난 뒤였다. 나는 꾸준히 보아온 아버지의 환영을 뒤로하고 이제 마치 몽유를 앓듯 삼례를 만난다. 그리고 6년만에 드디어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단다.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당당하다. 어머니는 홍조를 띄며 남편 맞을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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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윗목 재봉틀 앞에 흡사 만들어둔 인형처럼 앉아 있는 사람, 액자 속에 담긴 인물화처럼 안정감을 주는 이, 그게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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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전이 눈부신 소설 김주영 작가의 "홍어".
산골 외딴마을의 정경을 그려내는 사춘기 소년 ''는 시종일관 침착하고 서정적이다. 나의 이러한 성향은 마치 인형처럼, 액자 속 정물화처럼 집을 차지한 채 어지간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던 어머니에게서 비롯되었을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무던하고 어머니는 애써 무던을 가장하느라 애간장이 다 녹았을 지경이라는 것. 이것이 소설의 반전을 끌어낸 게 아닌가 싶다.
아이와 어머니의 동시적 성장을 다룬 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5 김주영의 "홍어".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남긴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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