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인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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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우리 모두를 친구와 가족으로 묶는 끈

 

 

 

한 아이의 엄마에게,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사악한 짓이다!

 

 

 

 

 


암 완치 단계에 접어든 서른다섯 살의 레이철은 남편과 이혼 후 딸 카일리와 함께 살고 있다. 암에게 굴복하지 않고 죽음에서 살짝 벗어난 그녀는 이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대학교 철학 강사 일을 구했다. 바야흐로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던 참이다. '체인'이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기 전까지 말이다.
열세 살 소녀 카일리는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와중에 총을 든 남녀에게 납치당한다. 카일리는 씩씩하고 똑똑하고 당차기까지 했지만 납치당한 순간부터 무력감에 시달린다. 그녀의 시도는 타이밍에서 자꾸 벗어났고 결국 어느 지하실에 갇히고 만다.

 

 

 

 

 


타깃은 자기 자식을 되찾기 위해 어떤 짓이든 서슴지 않을 좋은 엄마!
납치범들은 레이철에게 즉각 카일리의 납치를 알리는 전화를 걸었고, 몸값으로 5만5천 달러를 요구했으며, 더 끔찍하게도 다른 아이를 납치해 그 아이의 부모에게도 똑같은 요구를 하라고 요구한다. 이것이 '체인'의 명령이라는 것.
레이철은 늪에 빠진 기분이다. 하지만 엄마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벌어진 불행을 떨쳐버리기 위해 무조건 직진하기로 결심한다. 돈을 구해 다크웹에 접속하고 비트코인으로 몸값을 보낸 후 SNS를 훑어 타깃을 물색하고 '임무' 수행을 위해 총을 구한다. 딸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게도 자진해서 범죄에 가담한 것이다.

 

나보다 너인 게 낫고, 내 자식보다 네 자식인 게 낫다.
이 체인을 만들어낸 이는 뇌까린다. 체인이 늘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고, 체인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고, 정말로 중요한 데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고, 어떤 면에서 목초지의 생쥐에게 호의를 베푼 거라고. 그러기 위해 나쁜 일은 일단 일어나야 한다고!
이런 사고를 가진 과감하고 신경질적이고 용의주도한 체인을 상대해야 하는 레이철. 그녀는 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태세다. 체인이 건든 게 바로 그녀의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 그 숱한 고통스런 치료의 과정을 겪은 건 모두 가족을 위해서였다. 그 가족을 거드리다니, 천하의 바보조차 어미 곰과 색끼 곰 사이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 않던가.

 

 

 

 

 

 

 

 

 


죽음을 비껴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찾아온 악몽 같은 납치극에 경악할 레이철을 뒤로하고, 나는 이 순간 어떻게 했을지를 고민한다.
모르겠다. 답을 찾을 수 없다. 머릿속으로는 교과서적으로 찾아낸 해결법을 내놓지만 마음속으로는 번민이 끊이질 않는다. 내가 퍽 도덕적인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하고 말이다.


레이철은 피해자로서 갑작스레 범죄의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갔다가 결국 가해자가 되고 만다. 이때 버틸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엄마니까? 내 자식은 소중하니까?
자신의 고통을 고스란히 남에게도 느끼게 해주는 더없이 잔인한 굴레, 체인. 결국 체인의 고리는 나쁜 부모, 폭력적 부모로부터 형성된 것임을 알게 된 순간 더 씁쓸해지고 만다.

 

실제로 2012년 멕시코시티에서 발생했던 '피해자 교환 납치' 사건에 착안해 "더 체인"을 창작했다고 밝힌 작가 에이드리언 매킨티는 이미 에드거상, 네드 켈리상, 배리상, 앤서니상 등을 수상한 실력자이다.
그녀의 스릴러 "더 체인",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유도하고 체인처럼 얽힌 상황들에 빨려들게 하여 쪼개 읽는 며칠 동안 책장이 휙휙 넘어가 더 미칠 지경이었다는 것으로 감상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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