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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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소유에 대한 욕구와 파괴에 대한 본능을 말하는 깃털도둑

 

 

 

 

 


오늘은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꿈이 아니었다. 진짜로 이 새들이 모두 자신의 것이 된 것이다.

 

 

 

 


박물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외지고 깊은 밀림과 계곡, 숲과 늪지 등을 헤매며 수백 년 넘게 모은, 그리고 큐레이터들이 몇 세대를 이어오며 지켜온 수집품들이 한순간 털릴 위기에 처했다. 범인은 천재 플루트 연주자 에드윈, 지금 막 돌멩이를 던져 유리창을 깨고 영국 자연사박물관 안으로 침입한 참이었다. 세계에서 조류 관련 표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었다. 보안 직원은 경보장치에 불이 들어왔는데도 축구 중계가 한창인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 에드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 깃털들을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저 깃털들은 누가 모은 것일까? 그리고 에드윈은 왜 깃털들을 훔쳤을까?

 

어려서부터 똑똑했던 에드윈은 어느 날 문득 아버지가 '플라이 낚시의 물리학'을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모은 자료를 보던 중 인생을 바꿀 만한 것, 즉 플라이를 발견하고는 '풍덩' 빠지고 만다. 꼼꼼하고 완벽주의적 성향의 에드윈과 동생에게 아버지는 플라이를 만드는 타이어 교육을 받게 하고 급기야 플라이 타이어 대회에도 참여하게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에드윈은 연어 플라이를 만난다. 취미 수준의 플라이 타잉을 집착과 강박으로 변화시킨 바로 그것이었다. 플라이 대회의 각 분야에서 에드윈과 동생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에드윈은 이미 송어 플라이에 관심을 잃은 뒤였다. 이제 그는 연어 플라이 레슨을 받기로 했고 레슨을 받으며 빅토리아식 플라이 타잉을 하는 동안 100년 전의 사람들과 교감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것이 깃털을 향한 그의 맹목적이고도 중독적인 추종의 시작이요, 졸업이 없는 학교에 입학한 샘이었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는 느낌이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진 것이 분명했다.

 

 


에드윈이 훔쳐낸 엄청난 양의 조류 표본들은 월리스가 평생을 바쳐 모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것들이었다.
찰스 다윈보다 13년 후 태어난 월리스는 교양인들이 수집하는 희귀 동식물에 흥미를 느껴 모든 생물의 이름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급기야 극락조를 찾아 기나긴 이동을 했고, 마침내 아루섬에 도착, 2천만 년 동안 위협하는 존재 없이 평화롭게 살면서 단지 짝짓기를 위한 몸 만들기에 몰두해 극적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존재들인 극락조를 만난다. 월리스는 왜 극락조가 39종이나 되는지를 연구하다가 말라리아에 걸렸고 말라리아로 앓는 동안 기막힌 이론을 도출해낸다. 찰스 다윈이 세우고 있던 "종의 기원"과 같은 이론이었다.

 

 

 

 

 

 

 

하지만 극락조에겐 2천만 년 만에 포식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인간이다. "총, 균, 쇠"에서도 나왔듯 인간이 이주한 뒤에는 무언가의 멸종 위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19세기 마지막 30년 동안 수억 마리의 새가 인간에게 살해당한다. 암컷 새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열심히 아름답고 화려하게 깃털을 만든 수컷 새들이 남성을 유혹하려는 여성들의 패션을 위해 참살당한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마리 앙투와네트 같은 여성들 말이다. 그리고 그 깃털들은 후세들,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플라이 낚시용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범죄를 계획하고 범죄를 눈감아줄 정도로.
결국 인간에게는 금지된 것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본성이 있음인가!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에드윈의 범죄가 드러난 후,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내세워 실형을 면한다. 그런데 그가 훔쳐 낸 많은 자연사 수집품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행방에 관심을 갖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박물관 측도 자신들의 허물이 크게 부각되는 게 싫었는지 사건을 더 파헤치지 않는다. 단지 한 사람, 이라크 난민의 재정착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저널리스트 커크 월리스 존슨만이 사라진 수집품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지구의 역사에 대한 공부 자료요 과거의 귀중한 기록이 될 새가죽들의 행방을 좇아 에드윈과의 심리 싸움에 들어가는데...

 

소설인 줄 알았으나 에세이, 그러나 소설처럼 읽어버린 재미난 이야기였다.
러셀 월리스의 집념이 이루어낸 최고의 자연 기록물들이 나를 감탄하게 하고, 이 천재 범죄가의 어눌한 듯 어눌하지 않은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범죄 행위도 놀랍거니와, 모두의 기억에서 잊힌 범죄를 파헤치고자 에드윈의 뒤를 밟아 사건의 진실에 어느 정도 다가간 커크 월리스 존슨의 끈질길 추적도 기가 막히다.
세 가지 집념이 세 가지 이야기의 틀을 이뤄 자꾸 책장을 넘기게 한 "깃털 도둑". 후세에 물려줄 역사적 가치에 대한 탐구, 인간의 욕망과 그에 따른 집착,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집념을 말하는 실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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