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한 밥상 -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범한 밥상, 박완서,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3

 

 

 


박완서 작가님이 남긴 무수한 단편소설 중 열 편을 엄선해 수록한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3 "대범한 밥상"이다.
단편소설집의 제목으로 뽑힌 소설을 가장 나중까지 미루어 읽는다. 순번으로도 가장 끝에 실려 있다.
사실은 대범하지 않으나 남들 눈에 이보다 더 "대범한 밥상"일 수 없다.
아들을 잃은 바깥사돈과 딸을 잃은 바깥사돈이 손주들의 손에 이끌려 차려먹게 된 밥상은 남들의 온갖 어지러운 시선과 의혹이 쏠리는 밥상이자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함께 마주하는 밥상이고 친구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린 둘 다 생때같은 자식이 별안간 이 세상에서 사라진 느낌이 얼마나 무섭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에 못지않을 어린것들의 공포감을 될 수 있으면 덧들이고 싶지 않았어.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라고 했던가, 자식 잃은 슬픔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한 여인의 행적을 두고 그녀 주변의 남들은 자기 주변의 남인 그녀의 사정을 사정없이 넘겨짚는다.
진실은 그들 눈에 비치는 대로, 아니 보고 싶은 대로의 형태로 갖춰지고 입에서 뱉은 말에 살이 붙고 옷을 갖춰 입어 하나의 폭력으로 치장된다.
'상식이 통하는 행동'이 아닌 선택을 했던 경실은 상실의 고통에서 나온 공감과 그 서슴없는 실천으로써 하나의 자유를 얻는다.
외손주와 친손주를 데리고 함께 살림을 차린 모양새로 살아가는 사돈들의 삶은 호사가들에게는 재미난 화젯거리였으나 더이상의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경실을 찾아가 그녀와 마주한 '나'에게 차려진 풍성하고 대범한 밥상에서 '나'는 '나'의 아이들과의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듯 보인다.

 

 

 

우리는 마치 새끼를 낳고는 탯덩이를 집어삼키고 구정물까지 싹싹 핥아먹는 짐승처럼 앙큼하고 태연하게 한 죽음을 꼴깍 삼킨 것이었다. (중략) 나는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삼킨 죽음을 토해내고 싶었다.
_ 부처님 근처 中

 


나는 내 희생의 덕을 어느 누구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중략) 이혼이란 확실히 결혼보다는 경사스러운 일이 못 되지만 나는 그 일을 내가 선택했고, 내가 생전 처음 어떤 선택을 행사했다는 데 기쁨마저 느꼈다.
_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젊은이들이 제 몸에다 불을 붙여 시대의 횃불을 삼으려 든 세상이었잖아요? 죽은 목숨을 횃불 삼으려 든 것쯤 아무것도 아니었죠. (중략) 젊은이들 눈엔 세상이 얼마나 깜깜했으면 제 몸으로 불을 밝히려 들었을까요?
_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글 곳곳에서 '박완서'라는 여인의 강단과 그 당시 여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자립적이고 독자적 노선을 취하며 요즘 말로, 정신 똑바로 박힌 당당한 모습이 드러난다.
어리숙한 듯 보이지만 할 말 다하고, 바라는 게 없는 듯하면서도 손에 쥘 건 다 쥐는 소설 속 여인들은 내가 모르는 작가의 모습을 투영한 걸까.
글 읽는 내내 내가 몰랐던 단어가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 작품들.
어렸을 적 읽었던 작품들의 느낌은 어디로 가고 이렇게 새로운가 싶다.
한때 박완서 작가님 책을 몽땅 갖추고 싶었던 나, 이렇게 오랜만에 책을 펼쳐드니 참 기분이 묘하다.
우리 작가님 책은 어디서 상 안 주나! 읽을수록 맛깔나고 찰지고 집요한 언어로 이룬 문장들이 착착 입에, 눈에 붙는다.

 

 

 

 


문득 구석에 넣어둔 박완서 작가님의 옛날 책들을 한 번 훑어본다.
왠지 뿌듯한 기분이랄까. 오랜만에 저 책들을 한 번 쭈욱 읽어볼까 싶은 마음도 든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함께읽는시리즈도서 #함시도 덕분에 추억 돋은 독서 시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3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