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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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장편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인생사는 연필과 지우개가 휙휙 지나가면서
시시각각 쓰인다.

 

 

 

 

 

 

 

남을 위한 일은 절대로 헛되지 않아.

 

 


The Next Person You Meet in Heaven.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이 두 제목 사이에서 냉큼 한국판 제목을 고른다.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지나 2019 윌버상을 수상한 신작 장편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로 오랜만에 만난 작가다.

 

시작부터 이 소설의 주인공 애니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며
어서 페이지를 넘기라고 독촉하듯 내 등을 떠민다.
'아, 이렇게 결말부터 나오는 건 읽고 싶지 않아' 하다가
이 결말이 사실은 결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추측이 어느 정도 맞았고 마지막엔 팔에 돋은 소름을 긁으며 책장을 덮었다.

 

 


우린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뭔가를 잃어.
때론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걸 잃고,
때로는 그걸 잃고는 못 살 것 같은 큰 걸 잃기도 하지.

 

 


죽음까지 열네 시간을 남겨두고 파울로와 혼인 서약을 한 간호사 애니.
아주 어렸을 때 첫 번째 죽음의 문턱을 지나는 순간, 그녀는 기억을 잃는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왼팔이 그렇게 엉망이었겠지만
끊임없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엄마 때문에 애니는 끝내 진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전학한 학교에서 왕따도 당하고 소중한 것을 품었다가 금세 떠나 보낸 후
반항하는 마음으로 어리석은 연애를 하고 또 다시 얻었던 소중한 것을 역시 잃어버리면서
하루하루 애니는 생을 이어간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문득 다시 만난 첫사랑의 소년은 그녀에게 청혼하고
두 사람은 간소하고 멋지고 행복 넘치는 결혼식을 치르고 부부로서의 삶을 내딛는다.
그 삶이 비록 열두 시간도 남지 않았을 줄 몰랐지만,
그렇게 파랑새 같은 행복이었을 줄 몰랐지만,
그땐 몰랐지만!

코마에 빠진 순간 애니는 오해의 순간을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필요로 하면서 삶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를 거부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부모가 된다.'
이 말처럼 부모가 자신을 간섭하고 통제한 게 아니라 보호했음을 늦게야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욕구를 가지듯 부모도 욕구가 있으리라고 알지 못한다.
자녀가 필요로 하면 부모는 자신의 욕구를 잊는다는 것도 모른다.
그저 모든 게 '내' 위주로만 돌아가야 하는 시기이기에...
이처럼 '세상은 우리의 타이밍에 맞춰주지 않는다'.

 

 

 

바람이 분걸요.

 

 

 

한순간의 바람으로 연장되었던 삶은 다른 시나리오로 변경돼 진행된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정말 슬프다....만!
우리는 이 운명이 어떻게 바람을 타고 바뀔지 모르기에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제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이 다하기 전, 천국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자신의 인생과 엮인 다섯 영혼을 만나
교감하며 깨달음을 얻고, 기억과 감정과 인연을 반추하는 경건하고 찡한 이야기.
미치 앨봄의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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