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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하 ㅣ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평점 :
미야베월드 제2막 08 하루살이 하(下)

하하하, "하루살이" 下권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하루살이" 上이 다섯 편의 단편 모음집이라고 소개했는데
"하루살이"는 결국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었음.
下권 전체가 하루살이임^^
참으로 흉하고 칠칠치 못한 어른들의 치정 싸움이 다다른 종착점이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정말 사키치는 패륜을 저지른 것일까, 라고 물었던 게
거의 한 달 전!
까먹지 않게 등장인물 소개도 다시 해본다.
부유한 상인의 첩 아오이, 세상의 눈을 피해 숨어 살던 여인이 살해당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사키치, 오래전 아오이에게서 버림받은 친아들은 그러나 극구 결백을 주장한다.
이에 얼간이 무사 헤이시로는 처조카 유미노스케와 함께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
자신의 담당 사건이 아니었기에 담당 구역 사람들에게 뇌물도 챙겨 먹인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과거의 거짓과 비밀들이
우리에게 눈가리개를 씌운 거예요.
세상살이, 뭐가 이리 복잡한 게냐 싶었는데
"하루살이"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의 사정으로 복잡하다.
부유한 상인 미나토야, 그의 본처이지만 옛남자를 잊지 못하는 오후지,
아이를 잡아먹는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도는 집, 거기 은둔하다시피 한 첩,
그 집에 딸아이 둘과 함께 하녀로 들어온 오로쿠, 그녀를 노리는 남자,
반찬가게 집 오토쿠와 갑작스레 나타난 반찬가게 경쟁상대 여인과 그 여인이 찾는 불륜남에...
관계만 복잡한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도 세상 눈치 보아가며 해야 한다는 복잡한 심리에 처세술까지.
세상 이치가 측량 가능한 사물로만 드러나지는 않으니
측량할 수 없는 것을 잘 보고 생각하라는 말처럼 어려운 요구가 나온다.
아우 기타등등 겁나 많은 사람과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그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로 향하는 구조.
네 인생도 네 직업도 네 생활도 다 네가 정하는 거다.
어릴 적 부모에게 학대당하고 무시당한 사람들은
나중에 아무리 번듯하게 자라 존경받는 직업을 가지고 훌륭하게 사는 듯 보여도
누군가 상처의 도화선을 밟는 순간 터지고 만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상인이 첩을 둔 게 잘못의 시작이냐 했더니, 본처가 옛남자의 아이를 품고 결혼을 한 게 잘못이었다 싶고
본처의 질투를 피해 달아나려 아이를 버린 잘못에 그 아이의 상처는 어쩌냐 싶었는데
본처의 첫아이는 친자식이 아니라 외면하는 상인의 처세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는 또 어쩔 거냐 싶다가...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올리듯이 차근차근.
제 발로 걸어가야 한다. 밥벌이를 찾아서.
모두들 그렇게 하루살이로 산다.
허리 아픈 얼간이 무사 헤이시로와 세상 최고의 미남에 머리도 좋은 유미노스케 콤비,
거기에 각종 사건을 한 번만 들어도 잊지 않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 짱구까지 합세해
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내니,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물 제2막 "하루살이 하(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