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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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 그로프의 그곳 "플로리다"






플로리다, 선샤인 스테이트라 불릴 정도로 1년 내내 따뜻하다는 곳.
지인이 한때 그곳에 살았는데 정말 나이 먹으면 다시 가서 살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마냥 온화한 날씨에 생활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만 여겼는데
로런 그로프의 단편을 보자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네!
여름은 무덥고 습하고 허리케인 영향도 받고, 싱크홀도 있었고
산책길이나 집 안에서 뱀과 마주치고, 늪지에는 14피트나 15피트쯤 되는 엘리게이터가,
사냥 캠프에는 플로리다 표범이, 숲에는 라쿤과 아르마딜로가 있었다.



주드는 그때 깨달았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 해도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집 근처의 싱크홀을 들여다보는 두 아이의 엄마는 빗방울이 모이지 않는 데 불안을 표명한다.
그것은 물이 빠져나갈 통로, 즉 구멍이 있다는 의미였고
세찬 비가 다 흘러들어가는 그 어마어마한 구멍은 바로 그녀의 발 아래 있을지도 모를 터였다.

또 다른 누군가는 허리케인의 소용돌이를 홀로 견뎌낸다.
집을 흔들고 지붕을 서서히 벗겨내는 돌풍과 폭풍우 속에서 주인공은 유령들을 만난다.
심장마비로 죽은 남편, 권총 자살을 한 대학 시절 애인,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리고 숫자에 남다른 감각을 보이며 수학을 좋아하던 한 남자는 귀가 먼 채 지내다가
아내가 없는 틈을 타 호수 한가운데로 배를 타고 나갔다가 노를 잃은 채 고립된다.
그의 배 주변으로는 엘리게이터와 독사와 피그미가 기회를 노린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의 공포, 자연이 주는 공포들은 그러나 사람들에 대한 공포보다 더하진 않다.
첫 시작부터 '엄마'라는 위치에 놓인 주인공은 심리적 불안감을 내뿜는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엄마'와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언니' 등 여성 존재들의 불안감이
가정의 불화나 직업인으로서의 고난, 불안한 경제력 등이 어려움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 혹시 이게 작가의 심리적 상태 혹은 각인된 위협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시간은 무감정하고, 인간이기보다는 동물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당신이 떨어져나가더라도 사관하지 않는다.
당신 없이도 계속 흘러간다.
시간은 당신을 볼 수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고의 책으로 뽑았던 "운명과 분노"의 저자 로런 그로프가 펴낸
11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 "플로리다".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다음해 스토리 프라이즈를 수상했으며,
NPR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등의 화려한 이력을 몰랐음에도,
단편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즐겨 읽지도 않는 나는 참 몰두하며 읽고 만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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