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 피플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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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우리는 서로에게 잃어버린 조각 같은 사랑

 

 

 

 

 

 

자기방어 또는 자기보호 본능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샐리 루니의 장편소설 "노멀 피플"의 여주인공 메리엔이다.
그녀는 누구도 그녀를 도울 수 없게 만드는 뭔가 무시무시한 것을 갖고 있다.
그녀라는 존재의 구덩이 속에 엄청난 공허감을 감추고 있다.
아, 감추지 않았던가.
아마 감추지 않았나 보다.
남들이 그저 보지 못했을 뿐, 코넬만 보았을 뿐.
그들은 같은 터의 토양을 공유하며, 서로 가까운 곳에서 자라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구부러뜨리며 어떤 자리를 차지한 두 그루의 작은 나무들 같았으니까.

 

 


사실 그녀는 꽤 너그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 근처에 있기는 두렵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황스러운 행동을 하고,
평소 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을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점을 지닌 동갑내기 메리엔과 코넬은
사회/경제적으로 고용인과 피고용인 입장의 가족이었다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고 말해도 알아듣지 못할, 하지만 서로는 통하는 것을 발견한다.
중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메리엔은 아웃사이더였고 코넬은 인싸였지만
대학교에 진학한 후로 두 사람의 입장은 바뀐다.
그들은 서로의 처음을 가졌지만 주변의 많은 것이 바뀌는 동안
자연스럽게 또는 억지스럽게 파트너를 바꾸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해를 쌓았다가 풀었다가 사랑을 쌓았다가 무너뜨렸다가 한다.

 

 

 

그는 메리엔이 철저하게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온갖 생각에 갇혀 살았다.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 썼고,
심지어 메리엔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신경 썼다.
이제 보니 분명히 그랬다.

 

 

 

 

 

어쩌면 재력에 따라 정해지는 사회적 계급에서 보자면 메리엔은 변호사 어머니 덕에 승자였지만
그녀를 학대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덕분에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자각 속에서 살았다.
코넬은 가난한 데다 비혼모의 자식이었기에 계급적 측면에서는 하위에 있었으나
자신을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아들을 낳은 게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엄마 덕분에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자란다.
코넬은 누구도 몰랐던 메리엔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메리엔은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발견했다.
이대로 가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들의 관계는 모든 면에서 외줄타기 같았다.
그런데 왜 "노멀 피플"일까!

 

 


왜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지 못할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었나.

 

 

 

맨부커상 후보작에 올라 화제가 된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은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BBC드라마로도 방영되었으며
밀레니얼 세대의 인간관계의 이상을 그려냈다고 평가받은 아일랜드 소설이다.
그래? 여기 등장하는 인간관계들이 이상적이라는 건가?
제목에 비추어보자면, 노멀하다는 건가?
유명한 상에 노미네이트되면 대개 지루하거나 읽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메리엔과 코넬의 이야기는 대개 빠져들어 읽었다.
그들이 어긋나는 결정을 할 때마다 안타까웠고
끝내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 어쩌나 조바심도 일었음이다.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은 하느님이 나를 위해 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남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충만함과 편안함, 완전한 이해를 서로에게서 발견하는 두 사람,
서로가 서로를 평범하게 만들어주는 희한한 커플이다.
이들이 끝내  노멀할지 아님 이상적일지... 그들의 행보를 일단 존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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