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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5
이영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4월
평점 :
폐허가 된 세상에서 인류 부활을 꿈꾸는 시하와 칸타의 장
하하! 이런 깊은 철학을 뜻밖의 장치로 묶어두고 중간에 이르러서야 보여주다니!
남이 사냥한 걸 뺏는 건 사냥이 아니라 절도잖아.
하지만 사냥꾼이 놓친 사냥감이라면 다른 사냥꾼이 사냥해도 되는 거지.
마트퀸이라는 여자가 이끌고 있는 인간 무리인 마트, 강변을 따라 거주하는 캇파들,
상류의 계곡을 지키고 있는 단다르바들, 그리고 헨리동물원의 거주자 인간들.
이것이 시하가 살고 있는, 폐허가 된 세상의 구성종이다.
오염된 토양,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에서 눈치를 보며 공존하는 그들 중
멸종 위기에 처한 인간인 열아홉 살 소녀 시하와 10대 소년 킨타는
드래곤 헨리(아헨라이즈)가 관리하는 헨리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동물원에서 사는 인간이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하려면 인류의 시와 노래를 외워야 했는데
시하만이 그것들을 완벽하게 암송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시와 노래를 틀린다면, 헨리에게 잡아먹혀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동물원의 거래는 시하와 헨리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다.
어느 날 시하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설치해둔 쥐틀에 환상종 요정이 걸려든다.
자신을 잡으려는 쥐를 피해 스스로를 쥐틀에 가둔 채 위험을 피한 요정 데르긴은
멸망을 앞둔 인류가 보는 환상종이었기에 인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산증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류의 번식(!)을 원하지 않기에 시하는 멸망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던 중 칸타는 인류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인류가 살고 있는 마트로 가고
마침 간다르비가 마트를 공격하자 시하는 칸트 걱정에 안절부절못한다.
마트퀸의 계속적인 합류 요구를 외면해왔던 시하는 결국 마트로 향하는데...
매력으로 좋은 짝을 찾고
건강으로 안전하게 자식을 낳고
장수로 오랫동안 양육한다.
데르긴이 만든 '사랑의 묘약'을 들고 칸트를 찾아간 시하.
자신의 탄생이 그저 부모의 쾌락의 결과물일 뿐, 그후의 고통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며
사랑을 믿지 않던 OO시 하수처리장 출신 시하.
그녀는 인류 부활을 꿈꾸며 번식을 하는 인간들의 행태에 기가 차지만
자신 역시 망설임 끝에 칸트 앞에서 사랑의 묘약을 삼키고 만다.
이제 '사랑'의 가치와 의미를, 시하는 믿게 되는 걸까?
인류의 섬망 현상인 요정이 나타난 이 마당에 인류는 정말 부활할 수 있을까?
헨리는 동물원 주인이야.
동물원은 멸종 위기의 동물을 부흥시킬 의무가 있고!
그런데 헨리가 뭘 하고 있지?
노래를 가르치잖아!
누구든 목숨은 가지고 있는데.
그게 없으면 '누구'도 될 수 없지, '무엇'이지.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서 살아남은 극소수 인류와
인류의 환상이 불러낸 환상종들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 경쟁.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에 판타지 작가님이 등장한 것만으로 호기심을 느꼈던 1인으로서
초반에는 이 소설이 정말 주려 했던 메시지를 잡아내지 못했다.
나 이정도밖에 안 되는...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소녀의 이야기.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 025 이영도의 "시하와 칸트의 장-마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