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GV 빌런 고태경,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뭘 위해서 이 모든 일을 하겠어?

 

 

 

 

인생을 잘 살면 영화도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서른세 살의 영화감독 조혜나, 첫 독립 영화 <원찬스>의 흥행 실패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다.
이렇다 할 일도 없어 감독이라는 직함을 내려놓은 채 영화판에서 알바를 뛰던 그녀는
마침 자신의 단편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전 남친 종현의 GV, 관객과의 만남에 게스트로 초청받는다.
GV 진행 중 혜나는 '베레모 빌런'으로 알려진 GV빌런 고태경으로부터 전작에 대한 예리한 공격을 받는다.
이에 혜나는 소심하게 반박하지만 결국 이 일은 유튜브 영상으로 올라와 화제가 된다.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이
발언권을 가지게 되는 유일한 순간이라 그런 게 아닐까?

 

 


그러던 중 혜나는 고태경이 자신의 인생 영화 <초록 사과>의 조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히려 GV빌런인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구상하여 지원금 사업에 선정된다.
혜나는 <초록 사과>의 여주인공이었던 채화영의 인터뷰 자리에 함께 간다는 조건을 내민 고태경에게
못 먹어도 고, 심정으로 약속을 하고 촬영을 시작한다.

 

 


극장이라는 곳이 참 재미있지.
결국 우리는 스크린에 쏘아진 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자신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혜나는
<원찬스>를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 무료로 올려버린다.
결국 경찰서에서 출두 명령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영화사와 갈등을 빚지만
다행히 <원찬스>가 바르샤바 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혜나는 GV 때문에 다시 가까워진 종현과 바르샤바에 함께 가지만, 인생 그리 쉽지 않다.
고난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면 다른 쪽 문에 행운이 있다는데
혜나의 행운이 보이자 고난이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기세다.
그녀의 작품은 심사위원 특별상에 호명되지만 종현과의 관계는 정리되고 만다.

 

 

 

삶은 엉터리고 대부분 실망스러운 노 굿이니까
사람들은 오케이 컷들만 모여 있는 영화를 보러 간다.
우리가 '영화 같다' '영화 같은 순간이다'라고 하는 것은
엉성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오케이를 살아보는 드문 순간인 거다.
때로는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태경과의 작업을 다시 재개하는 혜나.
그런데 이번에는 고태경이 가편집본을 보여달라고 하고
결국 영화를 못 틀 것 같다는 말을 남기는데...
혜나, 감독이지만 성 때문에 조감독인 조혜나는 이 영화를 제대로 끝마칠 수 있을지?

 

 

 

 

 

나 젊었을 적보다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실업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겨우 취업하더라도 승진하고 싶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다.
이런 만만치 않은 현실 앞에 좌절하는 혜나와 뜨는 듯 뜨지 않는 뜰 것 같은 종현과 여타의 사람들.
"사람이 목표를 잃어버리면 그때부터 확 늙는 거야"라는 고태경의 말은
어쩌면 그가 자신을 북돋우기 위한 말일뿐더러 후배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의지가 아닐까 싶다.

 

'아직 일인분의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초조함'에 대해
'인생은 늘 우리의 비루한 상상력을 앞선다'며 삶의 힘겨움과 깜짝쇼를 말하는 해나.
칠 년 넘게 고시를 준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낙향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먹이는
그녀의 인생, 과연 일인분의 몫은 하게 될 것인가!

별스럽지 않은 말인데도 가슴으로 콕콕 쑤시고 들어와 한 번 더 곱씹게 하는 문장들이 많은 책,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정대건의 "GV 빌런 고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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