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하여
시몬 비젠탈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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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비젠탈의 해바라기,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하여

 

 

 

 

결국 우리는 하느님조차 등을 돌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건가?

 

 

 

세상에는 인간이 대답하기에는 너무 끔찍한 반면
심오한 이성적 해결 방법으로 처리하기엔 너무나도 악마적인 질문들이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휴버트 G.로크는
시몬 비젠탈의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가 그런 질문 중 하나라고 단정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누군가를 가리키며 너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고 거듭 '확인시키는' 짓이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집단수용소에 갇힌 채 동부철도건설작업에 투입된 시몬 비젠탈은
쓸모 없어진 일꾼들을 '재고 조사'하여 가스실로 보내고 '인원등록'하는 작업에서 살아남았다.
수용소 내에서는 유대인이 밧줄에 묶이고, 구둣발에 짓밟히고,
독일인이 키우는 개에 물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매질과 모욕을 당했다.
그런 학대와 수모를 견디지 못한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끝없는 학대와 고문의 고통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났다.
시몬 비젠탈은 문득 지표면을 뚫고 올라온 듯한 해바라기를 보며
그 꽃들을 통해 햇빛과 소식을 전달받는 죽은 군인들을 부러워한다.
죽으면 그저 다른 시체들과 함께 커다란 구덩이에 던져질 자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해바라기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상징이 되었다.

 

 



가스실로 끌려간 우리 유대인 아이들에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나치가 언제 물어보기나 했는가?
아직 죽기에는 이른 나이가 아니냐고 과연 물어보기나 했는가?

 

 



수용소에 갇혀서 매를 맞고, 죽도록 일하고, 굶주리고, 모욕당하는 죄수일 뿐이었던 시몬 비젠탈은
어느 날 죽어가는 SS대원에게 느닷없는 회개와 용서를 구하는 말을 듣고는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시몬은 과연 자신에게 악랄한 삶을 살았던 나치스를 용서할 권리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혼란에 빠졌고 이 상황을 수용소 내 친구들과 공유했지만
그들의 답이나 논리는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다.
자신과 가족과 동족에게 가한 범죄에 대한 '용서' 여부는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었음이다.

 

 



비록 개인적인 죄가 없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수치심만은 공유할 수밖에 없어요.

 

 

 

 

 

 

 



한때 종족말살을 저지르고 반인륜적 범죄에 가담했던 독일인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 양심의 가책이나 참회의 마음도 없이 평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고통당했던 생존자들은 평생 슬픔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과거에 대해 배우고 읽은 우리는 어쩌면 그 역사를 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고 가까운 역사로는 5.18이 있다.
5.18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발 뻗고 자고 있던가?
5.18 사태의 피해자들은 지금도 웅크리고 떨며 가족 잃은 슬픔을 견디고 있는가?
그 역사를 배운 우리는 혹시 망각하고 있는가?

 

강제수용소에서 벗어난 후 아이히만을 비롯한 1,100여 명이 전범을 추적, 심판대에 세운
전설적 나치 헌터 시몬 비젠탈이 자신의 비극적 체험을 에세이 "해바라기"에 담아 펴냈다.
이때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해 전 세계 지식인, 종교인 예술가, 들의 답변이 속속 도착해 책으로 엮었다.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해바라기"를 1부로, 53명의 답변을 2부 '심포지엄'으로 구성되었다.

 

인류의 실수와 오류를 분명히 짚어 준다는 의의를 지닌 책.
일본군 위안부며 강제 징용에 대해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쇠하고 있는 저들에게
대놓고 들이대고 싶은 시몬 비젠탈의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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