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몽전파사 소설Q
신해욱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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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Q 해몽전파사, 이상하고 아름다운 꿈이 모이는 곳

 

 

 

 

 

 


지렛대로 삶을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하지! 잘 봐!

 

 

 

내가 살아가는 동안 꾸는 꿈은 몇 개나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같은 꿈을 여러 번 꾸는 타입이다.
어머나, 혹시 다른 꿈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뜩 스친다.

 

똑같은 꿈을 꾸면서 똑같이 두려워했던 꿈 중 하나는
어렸을 적 우리 집 창고 혹은 국민학교 운동장에 있는 훈화대 밑 창고.
왜 거길 들어가는지는 모르지, 당연히 꿈이니까!
그런데 매번 창고에 쌓여 있는 쌀 가마니 중 하나를 살짝 들여다보려 한다.
그순간, 가마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쌀을 토해낸다.
창고에 쌀이 꽉 차고 나는 가마니에 다시 쌀을 담으려고 하지만
그 작은 가마니에서 무슨 쌀이 그리도 쏟아지는지...
끊임없이 쏟아지는 쌀을 나는 계속 가마니에 주워담으려 하다가 잠이 깨곤 했다.

어렸을 적엔 이런 꿈 내용을 무서워서 말도 못했다.
왠지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한 것 같아서였다.
몰래 창고에 들어가 몰래 가마니를 들여다보려는 큰 일을 저지르는 것 말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이 꿈 얘기를 엄마한테 털어놓으니
엄마가 예사 꿈이 아니라며,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간직해온 꿈이니
나중에 커서 부자가 될 꿈이라고 말해주셨다.
나 지금 부잔가? ㅋ

 

 

 


진심 같은 것에는 옷 좀 입히자.
남의 진심이 의심되면 너의 진심도 의심해봐.
너의 진심을 알리고 싶으면 남의 진심도 믿어보고.
남의 마음에는 음모만 있고 너만 진심이야?

 

 

 

 

 

 

 


비 오는 날 우연히 해몽전파사라는 가게에 들른 '나'는
몽몽교환프로젝트라고 적힌 그 가게의 주인 진주씨에게

간밤에 꾸었던 흑진주 꿈을 팔게 된다.
꿈을 팔다니, 꿈을 사다니, 꿈을 교환하다니!
이를 계기로 해몽전파사에서 열리는 꿈 모임에 참석하게 된 나는
각자의 꿈을 공유하거나 꿈에 대한 텍스트를 읽는 모임의 일원이 되어
나 자신의 꿈을 의식하고 기록하기 시작한다.
매번 나의 꿈은 번호로 매겨져 차곡차곡 쌓인다.
46개의 꿈,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이 꿈들은 역시 꿈,
추상적이고 동화 같기도 하고 강렬하기도 하며 매우 다양하다.

 

 

 

꿈의 의미를 읽으려 하면 무늬가 사라지고.
무늬를 살피려 하면 의미가 희미해지고.
개중엔 의미도 무늬도 따로 또 같이 보이고.

 

 


그러던 어느 날 진주씨는 나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하며
자신이 죽기 전에 꿈을 천개 모아오면 가게를 넘기겠다는 제안을 하고,
나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해놓고도 결국 나와 모임 참여자들의 꿈을 모으기 시작하는데...

 

 

 

 

 

 

 

 

 

나의 꿈뿐만 아니라 진주씨, 설아씨, 삼월씨의 꿈이 소개되면서
서로의 꿈과 꿈은 겹치기도 하고 이어지기도 하고 때론 폭발한다.
이로써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알아라고 꿈을 통해 위로를 건네고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고통을 슬그머니 꺼내 나눈다.
'함께 꿈꾸는 세계'를 바라는 해몽전파사의 몸몽교환프로젝트.
시만 쓰던 신해욱 시인이 최초로 쓴 소설이라 해서 호기심이 생겼던 책인데
재밌다.
시인이었다는 선입견을 갖고 읽어서인지 954개가 모자란 46개의 꿈은
때론 시처럼 흐른다, 내가 이상의 시를 떠올렸으니까.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양질의독서캠페인 #함께읽는책
소설Q 다섯 번째 작품, 신해욱의 "해몽전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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