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기아는 극복되어야 하며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경제의 모든 매커니즘이 향해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만연한 부패, 외국에 대한 극단의 의존, 만성적 기아,
신식민주의적 수탈과 멸시, 방만한 국가재정, 기생적인 관료들,
이로써 절망하는 농민들...
제3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좌절과 절망의 비극적 악순환이 지금도 여전하다.
기아로 죽은 어린아이는
살해당하는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기아문제전문가 아빠 장 지글러와
그 아들 카림의 대화로 이어지는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아이의 질문에 대해 아빠는 소말리아의 기아 상황을 언급하며
"잘사는 서구 사람들에게 그런 끔찍한 장면은 별로 충격적이지 않다"고대답한다.
아이는 소말리아 정부는 왜 수만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냐고 묻는다.
이에 대한 아빠의 답은 소말리아에 이렇다 할 정부가 없다는 것,
서로 적대적인 군벌이 대립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에 혈안이라는 것,
이로써 국제원조마저 받을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기아는 부드러운 죽음이다.
점차 쇠약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 없이 죽는 것이다.

국가보다 부유한 부자들의 부가 하늘을 찌를 듯한 이 작은 행성에서
2000년 기준 8억5천만 명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고,
열 살 미만의 아이가 7초마다 한 명씩 기아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6분에 한 명씩 비타민A가 부족해서 혹은 썩은 물과 접촉해서 시력을 잃고 있다.
결국 영원한 우방은 없다.
가장 도덕적인 척 고고하게 굴다가도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면
거리낌없이 야수의 탈을 쓰는 각국 지도자들, 국제기업, 다국적은행,..
경제봉쇄정책을 벌이는 그들의 파워 게임에 희생되는 건 결국 국민.
굶주리다 병에 걸려 죽어간다.
기근에 방치되어 먹는 습관을 잃어버린 아기는
자신의 표현능력도 잃어버린다.
아기는 울음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을 멈추고
그만 죽고만다.

장 지글러는 120억 명을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있음에도 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지를
아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조목조목 설명을 곁들여 설명한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구호 조치, 국제구호기구 활동의 딜레마,
지구의 사막화와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삼림파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난민,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 불평등을 배가시키는 경제정책과 얽힌 정치 등,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대한 대답은 끝없는 한숨을 부른다.
이토록 비참한 삶에 두 손 놓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기아의 고통 앞에서 무심해지지 말아달라는 장 지글러의 호소.
'위 아 더 월드'는 잠깐의 감동만 남긴 채 정치와 경제의 악랄한 뒷면으로 사라진다.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도 감을 못 잡겠는 막막함에 가슴 한구석에 화가 치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