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28호실의 원고, 때때로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책과 독자가 존재하잖아요







소설이라는 배가
우리를 태우고 멀리까지 데려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우리를 영원히 변화시킨다는 것도 알죠.


 

 

 

 



그 소설 원고를 발견한 건 안느 리즈였다.
, 아니지.
안느 리즈는 그 원고를 발견한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녀가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되어버린 건
보리바주 호텔 128호의 협탁 서랍에서 우연히 원고를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치지 않은 채 그 출처를 추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느 리즈, 실베스트르, 마기, 윌리엄 그랜트, 나이마, 로메오, 다비드...
원고를 거친 사람들을 역추적하며
안느 리즈는 동굴 같은 삶을 꾸리고 있던 원저자 실베스트르를 밖으로 끌어내고
남편과 배 속 아이를 교통사고 잃고 세상에서 도망친 친구 마기를 새로운 사랑에게로 이끌며
외도로 가정을 파탄나게 하여 아내를 잃고 딸에게 절연당한 윌리엄에게
화해의 순간을 깨닫게 했으며,
...



고백하지 않은 사랑은
남은 인생 동안 자신을 따라다닐 거라는 결론




33년 전 캐나다에서 잃어버린 미완의 소설 원고가
프랑스의 끝에서 발견돼 완성된 글로 작가에게 돌아오기까지,
원고의 여정을 되짚어가며 등장인물들이 교환하는
편지를 따라가는 동안
평범한.듯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의 숱한 장치를 만난다.
우정, 사랑, 용서, 상처, 배려, 삐딱한 시선, 냉소...
인생을 이루는 많은 것이 담긴 그들의 편지를 만나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을 꾸리는 방식에 대해 내 생각, 아니 나의 평가도 이랬다 저랬다 흔들린다

서간체 소설이라 처음 몇 개의 편지를 읽다가
문득
"기묘한 러브레터" 같은 결론이 나면 어쩌니 더럭 겁도 났음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넣어둬넣어둬^^



애정이 너무나도 깊어서
세포 구석구석에 흔적으로 남은 거예요.




"128호실의 원고"에서 카티 보니당이 최상의 가치로 꼽은 것은 아마도 사랑.
여행이나 일로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을 굳건히 잡아주는 것 또한 아마도 사랑.
그들이 끝내 치유하지 못한 채 끌어안고 살던 상처를 보살펴주는 것도 결국 아마도 사랑.
"128호실의 원고" 속 편지들에서 우정이나 배려나 채찍질을 뒷받침해주는 것 역시 아마도 사랑이다.



미래는 너무 불확실하며,
중요한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걸.




원고의 내용을 편지에 모두 녹여낸 듯 장치해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이 소설,
책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편지소설 "128호실의 원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