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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평점 :
조용한 아내,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세계는 망가진 이들로 가득차 있고,
정신이 똑바로 박힌 쪽이 침체기를 맡아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커플도 안전하지 않다.
아들러 연구자의 전공을 살려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조디.
그녀는 건축 사업가로서 야망을 하나씩 이뤄가는 토드와 20년째 같이 살고 있다.
사실, 성적 지배력에 사로잡힌 남근 고착형 다섯 살배기의 모습을 감추고 있던 토드는
함께 사는 동안 몇 번이나 외도를 했지만 조디는 이런 상황마저도 완벽히 통제하며
그들의 부부 생활을 유지해냈다.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지 않는 듯 보였던 조용한 아내는
토드가 보기에도 무척 강인했고 헌신적이었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그들은 사실혼 관계일 뿐 법적 부부는 아니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인가?
결혼이라는 법적 장치와 아이를 거부하는 조디는 토드의 바람기를 기꺼이 용서하며
그런 일 따위 자신의 삶을 흔들 수 없다는 듯 강한 면모를 내보이지만
토드가 어린 시절 친구의 딸과 관계를 맺어오다 아이를 가지게 되자
굳건히 다져왔다고 여겼던 모든 것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름다우며 헌신적인 아내 조디는
결국 살인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사람들의 위대한 강점이
어떤 상황에서는 시적 실패가 되기도 한다.
남들 눈에 비치는 친절한 모습과 잘난 인상에 사회적 성공까지 갖춘 토드는
결국 자신의 성적 지배욕을 제어하지 못해 20년의 사실혼 관계를 깨뜨리고
그보다 더 오랜 세월 쌓아온 우정도 단박에 무너뜨린다.
자신의 행동을 늘 합리화하는 토드는 결국
스물여섯 살이나 어린 예비 아내의 규칙 없는 통제에 휘둘리다 금세 일탈을 꿈꾼다.
그리고 조디... 그녀에게 숨겨진 비밀...
토드와의 일방적 이별이라는 고난 앞에서
그녀가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비밀이 차츰 드러나는데...
잘사는 인생이란
주변 사람들의 개별적 욕구와 특이성을 함께 수용하는 태도를 기반 삼아
계속 타협해야 하는 과정
소설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난 수면제 때문에
이로써 조디가 살인자가 되는구나 했지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꼼짝없이 그녀의 범행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것,
거기서 두 번째 뒤통수를:)
조용한 아내는 끝까지 조용할까?
그 조용함 속에서 분출되는 것을 누가 막을 것인가!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밑바닥을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 가정 스릴러.
A.S.A. 해리슨의 "조용한 아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