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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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06 끝의 시작, 서유미



 



누군가의 끝에 누군가의 시작이 있다







핏줄의 죽음에도 각양각색의 감정이 들 테지만
부모의 죽음에...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싶다.
지금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전화할 때마다 받아야 하는 존재.
두 분 없는 그곳 고향은 상상하기도 싫다.





우아하게 죽고 싶어.
우아한 게 대수예요?







엄마는 가슴이 아파 숨을 쉴 수 없다고 하다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치료를 포기하는 엄마, 가족력이 있었고 이모의 투병을 봤기에
얼마 되지 않지만 모아둔 돈을 병원에 쏟아붓고 가기 싫다고 말했다.
엄마가 입원하고 며칠 후 아내 여진이 병원으로 찾아와 엄마와 함께 눈물을 쏟는다.
엄마의 상태에 대해 위로받고 싶었던 영무에게,
잘 다려져 늘 같은 자리에 걸려 있는 셔츠 같았던 그에게
여진은 이혼하자고 말을 꺼낸다.
오래전, 영무가 모르던 어느 순간부터
한쪽에서는 폐암이, 다른 쪽에서는 이혼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쪽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영무를 기운 빠지게 했다.
그나마 영무와 여진은 엄마에게 남았다는 두 달 동안 이혼을 유보하기로 한다.
그게 최선이었다.







가난은 피를 통해 유전될 뿐 아니라
전염병처럼 사방으로도 퍼져 나가는 게 분명했다.
_소정



서른여덟 살이 되도록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흉내만 내며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면
사랑 앞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내면의 온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게 술기운 때문이든 분위기 탓이든.
_여진



알바로 이어가는 소정의 가난을 어색해하는 남자친구 진수.
그는 인생 계획에 태엽 잘 감아 돌리듯 진지하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만
소정은 자신의 처지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런데 진수는 어느새 소정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끌리는 채였고
벛꽂 휘날리는 그 거리에서 그 여자의 손을 잡은 채 소정과 마주친다.
영무와의 고인 물 같은 결혼생활을 끝내려는 중에
열두 살 아래 남자에게 빠져든 잡지사 기자 출신의 현 미용실원장 여진.
그녀는 늘 도전적이고 남보다 앞선 시간을 산다고 자부하던 나날이
언제 사라졌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영무와의 결혼이 그 분기점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시어머니의 병환에
이혼을 입밖에 내고도 보류하기로 합의한 채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




 





누구의 인생에든 있는 사연.
"끝의 시작"에 등장하는 영무, 여진, 그리고 소정도 풀어놓자면 한 보따리인 사연이 있다.
거기에 메인요리는 사랑, 곁들인 요리는 이별, 상처,
그리고 지는 벛꽂처럼 조각조각 흩어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사라지는 흔적이다.
예민하고 섬세한 데다 어쩌면 신성하기까지 한 사랑이
탄생하고 거듭 고비를 겪다 바스라지고 또다른 형태로 살아나는 과정.
그 과정을 다 겪어낸 누군가는 생을 마치고
아직 더 겪어야 하는 이들은 이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재생력을 뽐낸다.
문장 하나하나에 자꾸 동의하듯 꾸물대고 반복해 읽느라
이 얇은 책 마치기가 참 오래 걸린 책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06, 서유미의 "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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