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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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여행이나 달리기, 혹은 대단한 도전 같은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을 통해
삶이 달라지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










부모님의 불화를 보고 자란 저자는
그래서인지 사춘기 시절에서 마음이 멈춰 있었달까,
암튼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원하는 바를 맘속에 꿍쳐두며 살았다.
자식 때문에 마지못해 사는 것처럼 싸움을 계속했던 부모 때문에
저자에게 집이란, 점점 들어가기 싫은 장소였다.
그래서 집보다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 문을 딸각 잠그고 나서야 편안해졌다는 저자.
그리고 어쨌든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헤쳐 나가면
반드시 명확한 답이 있기 마련인 수학에 골몰했다는 말에
괜히 짠하다.




환하고, 소리가 있고, 온전히 자유롭고,
독립적인 나만의 방이었다!





여행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하고 엉겁결에 집을 사고 나서야
그녀는 방과 집에 대한 갈망을 맘껏 풀어놓는다.
남들은 도저히 사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집에
부부가 반해 냉큼 구입하고는 집꾸미기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이내 자신들의 집꾸미기가 부부와 개인에 맞춰진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에 맞춰졌음을 문득 깨닫고는
드디어 하나씩 하나씩 계획을, 집을 고쳐나가기 시작한다.
지난날의 결핍을 떨구고 온전히 지금을 사는 일,
그것이 집을 고쳐나가고 짐을 정리하며 그들이 마음까지 고친 사연이다.





 

 

 



나도 집에 대한, 아니 '내 방'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부모님과 24녀가 살기에도 방이 모자랐던 우리집에
큰집할머니가 병구완 받으러 오셨다가 떠나고
이모네 큰아들이 유학 와 함께 지내다 떠나고
친할아버지까지 병구완 받으러 오셨더랬다.
그러고 보니 울엄마 아빠 정말 고생 많으셨네.
오빠가 다락방을 차지하고 나니 막냇동생도 얼떨결에 형 옆으로가고
네 자매는 조금이라도 큰 방을 차지하려고 애썼다.
쟁탈전에서 밀린 나는 거실로 들어오는 현관 두 군데 중 하나를 막아
내 방이라고 차지한 채 틀어박혀 있곤 했다.
몸을 쭉 펼 수도 없는 현관방, 바람이 슝슝 새들어도
내 방이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정재은 저자의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읽으며
새삼 떠올릴 추억이 있어 흐릿하게 미소도 지었다.
어릴 적엔 방이 더 많지 않은 게 불만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우리 육남매가 지금껏 우애롭게 사는 건
다 그 덕분 아닐까 하고 궤론을 늘어놓아본다.




알맞게만 있으면 된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알맞음의 기준이지 않을까.
물건이든, 공간이든, 관계든, 일이든, 전부 말이다.




내 추억과는 상관없이 저자는 자신의 성장 방식을 찾는다.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에세이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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