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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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15년 후 쏟아진 "증언들"







여자의 몸을 낭비했단 말입니까?
자연스러운 기능을 거부하고?





이 모든 제약은 왜 여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큰 목적을 위해 남자들은 뭉치고 단결하지만
여자들은 뭉쳤다가 흩어지고 단결했다가 분열한다.
여자들의 이러한 성향은 가벼운 입만큼이나 좌초의 빌미가 되었고
이를 이용해 남자들은 여자들을 최고의 멍청이 집단으로 개조했으며
사육당한 여자들은 숙명을 받아들였다.
, 숙명이라니! 숙명이라니!
'창설자'들은 사악한 마녀 집단이라 불리는 여자들이었다.






단짝 친구가 되면 속삭이고 음모를 꾸미고 비밀을 품게 되는데,
음모와 비밀은 신에 대한 불복종으로 이어지고,
불복종은 반항으로 이어지고,
반항적인 소녀는 반항적인 여자가 되고
반항적인 여자는 반항적인 남자보다 더 나쁜데,
그 이유는 반항적인 남자는 반역자가 되지만
반항적인 여자는 간음하는 음부(淫婦)가 되기 때문이래요.


 

 

 




세 명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증언들"을 읽는 동안 가슴이 쫄깃거리는 기분이있다.

길리어드의 여성들에게 가히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리디아 아주머니는

길리어드 정권이 들어서기 전 판사였다.

그녀는 수치심을 자극하는 고문과 압박을 견뎌내고 '아주머니'의 자리에 올랐고

자신의 안존과 소명을 위해 길리어드 내 모든 비리 자료를 수집한다.

자신을 사랑해준 어머니가 친모가 아니며 자신은 시녀로부터 생긴 존재임을 알게 된 아그네스는

계모 폴라에 의해 비밀경찰 '눈'의 지휘관인 저드 사령관에게

강제로 시집보내질 위기에 처한다.

결혼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리디아는 아그네스를 찾아와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귀뜸해주고

아그네스는 간절한 심정으로 동아줄을 잡는다.

()길리어드 시위에 참석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탄 자동차가 폭탄 테러를 당해 졸지에 고아가 된 소녀 데이지.

부모님이 운영하던 옷가게를 드나들던 손님 에이다는

데이지가 사실 그들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녀의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고

자신들의 계획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데...

 

 

흔히 공포정치라고 말하곤 하지만,
정확히 말해 공포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대신 공포는 마비시킨다.
그렇게 해서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내려앉는다.



철저히 통제된 사회 길리어드에서 하나의 부속품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던 여인들.

"시녀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증언들"은

'아주머니'라는 계급이 만들어진 경위와 그들 간의 알력,

길리어드 지도자들의 부패하고 추잡한 면모를

누군가의 고발 같은 기록으로 폭로한다.

"시녀 이야기의" 빨간 표지가 시녀들의 삶에 집중했다면

"증언들"의 녹색 옷차림은 결혼을 앞둔 소녀의 복장을 통해

아그네스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무게를 둔다.

여자들이 물건 취급을 받으며 통제당하는 길리어드 시대.

상상도 하기 싫은 이 설정이 "시녀 이야기"에서는 미래의 것처럼 묘사되었다면

"증언들"에서는 과거의 야만적 시절처럼 묘사되었다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두 책의 시대적 간극으로 인해 "증언들"로 2019 부커상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가

과연 왜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가 나에게 의문점이 되어버렸다.

이렇고 저렇고를 떠나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었다는 게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소재와 진행 방식, 이야기가 내뿜는 매력이 강한 소설임은 분명하다.

와우, 초판만 50만 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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