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냄새
박윤선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영장의 냄새, 그녀의 유년시절을 만나다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
'국민학생' 민선은 아파트촌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운다.
민선의 아빠는 바빠드는 이유로 가정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의 엄마는 열혈여성, 가사를 도맡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재산을 불린다.
그리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언니 민진은 교육열 높은 엄마 때문에
하고 싶은 일보단 해야 할 일에 매여 산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함께 살고 있지만
각자의 삶에 바빠 서로에게 무심하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평범하다고 일컫는 중산층 가정의 모습일까?

 

 

 

 


민선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과 수영장과
아파트 상가의 김밥집을 전전한다.
매번 김밥을 사가는 민선을 보며 어른들은 엄마 없는 자식이라고 여기고 수군댄다.
가정에서도 보살핌 받지 못하는 민선은 학교에서도 왕따다.
대화할 친구도 없고 고민을 상담할 어른도 없는 민선의 하루하루.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영향력 있는 친구 옆에서 웃고 있다.
성인 흉내를 내듯 방문을 잠그고 한 명씩 들어와 엉덩이를 까라는 친구에게
민선은 싫다고 내색하지 못하는 약육강식 피라미드의 최하층 인생이다.




 



1980년대 말의 서울 대치동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배경으로
민선의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그려낸 박윤선 작가의 그래픽노블 "수영장의 냄새".
앙굴렘국제만화축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윤선 작가의 초기작이다.

돌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우연히 도둑질을 하고 느낀 죄책감과
비행을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공포감을 민선을 통해 그려낸 박윤선 작가는
씁쓸하고 부조리한 사회 규칙을 소독된 수영장 냄새에 연결지어 보여준다.
어른들의 경쟁과 배척이 아이들 사이에서 고스란히 보여지는 만화,
"수영장의 냄새"에서 발견한 과거의 모습은 어쩌면 요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