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행방, 죽음이 묻어버리는 과거와 미래 혹은 현재

밤의 행방 ㅣ 새소설 3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밤의 행방, 죽음이 묻어버리는 과거와 미래 혹은 현재

무엇은 본디 각각의 임무를 지고
필요한 만큼만 태어난다.
탄생의 계기는 사소하나 절대적이다.

주혁은 자신이 왜, 어떻게 그 나뭇가지를 품은 채
누나의 점집 '천지신녀'에 널부러져 있는지 몰랐다.
귀엽고 잔망스러운 나뭇가지 ‘반’은 자신이 주혁을 구했다먀 큰소리치지만
주혁으로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자신이 이 점집에 무사히 누워 있는 걸 보면,
그리고 나뭇가지랑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보면
반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 건 맞나 보다.
그리고 반은 이내 죽음을 볼 수 있는,
죽음의 안테나이며 안내자이며 사신으로 칭해진다.
사람과 닿는 즉시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투시할 수 있는 반.
그 덕분에 반과 통한 주혁은 누나의 점집에서
동네 주민들이며 사신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타지인들에게
죽음을 경고하는 선녀가 된다.
반은 공짜로 일하려 들지는 않는다
꿀, 올리고당 또는 설탕. 이 당분들이 반이 원하는 것.
질 좋은 꿀을 원하는 반과 인생 포기한 듯 구는 주혁이 어느새 정이 들어가는 와중에,
주혁을 찾아온 사람들이 가진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과
주혁을 둘러싸고 있던 비밀, 딸아이의 죽음과
그로 인해 파괴된 가족 이야기가 드러나는데...

수련원 건물의 화재로 많은 아이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오래전 이야기였으나 그 유가족들에게는
결코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 잊힐 수 없는 이야기.
드라마 <혼>이었던가.
그 드라마도 이 사건이 모티브였던 걸로 기억한다.

'인간이란 건 복잡하네요.'
반의 말에 주혁은 '인간만큼 단순한 게 어디 있다고'라고 반응한다.
"별거 없어.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그게 다야."
주혁은 별거 아니라고 말하지만 반은 그게 바로 별거라고 응수한다.
가족을 구성하는 점들, 그중 하나가 죽고 나면
그저(!) 점 하나 없어졌을 뿐인데 점들이 이루고 있던 도형이 망가진다.
이렇게 망가진 도형은 정말 본인들만의 것일까?

이 세상의 갖가지 가해와 피해, 부조리와 불합리, 불안과 슬픔, 탐욕과 이기심에?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안보윤 작가의 "밤의 행방".
작가의 질문에 나는, 당신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