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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가족 시트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이 순간은 곧바로 과거가 되지.
네가 알아차리는 순간 벌써 사라졌다고.
음모와 계획과 비밀로 가득 차 있는 이들, 빅 엔젤의 가족들이다.
한없이 거칠고 비도덕적인데
그들 나름대로 멋지고 겁나 사랑스런 존재들이라고 여긴다.
어제였나, 지창욱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SNS에 올려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공인이기에 그러지 말아야 했다는 게 이유다.
지창욱을 욕한 이들이 빅 엔젤 가족과 마주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아, 빅 엔젤 가족은 공인이 아니기에 비교대상이 안 되나?
그들도 소설 속 주인공 자리를 꿰찼으니 나름 공인 아닌가?
인생이 그런 거라고.
물결은 처음에 세차게 시작하지만,
해안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지.
그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안으로 돌아오는 물결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세상을 바꾸는 법이야.
어쨌거나 빅 엔젤의 엄마 아메리카가 세상을 떠났다.
빅 엔젤의 일흔 번째 생일을 1주일 앞둔 시점에.
이건 중대 사건이었다
빅 엔젤은 이미 위중한 병에 걸려 있었고
의사가 살 수 있다고 선언한 한 달 중 3주가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생일날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빅 엔젤은 자신의 생일을 제대로 누려볼 참이었다.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생일일 테니까.
그런데 휠체어에 의존한 몸으로 100세 엄마의 장례를 치러야 하다니.
게다가 장례식을 위해 미국 전역에서 시간을 내 움직일 가족들이
과연 1주일 후 생일잔치에도 굳이 시간을 내 또 한 번의 이동을 해주겠는가!
결국 빅 엔젤은 아메리카의 장례를 1주일 미뤄
자신의 생일날에 맞추기로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욕은 주인공들을 향한 것일까?
제길, 호로새끼들!
어떻게 한 시대를 끝내고
백 년의 삶을 묻은 다음
저녁 전에 집에 올 수 있단 말인가?
죽음이라.
참으로 우습고도 현실적인 농담이지.
가족,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희한하게도 배려에는 인색하고 자주 충돌하는 건 왜일까?
복닥거리고 서로를 무시하기도 하는 가족들이 하나로 뭉치는 때가 있다면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이 되었을 때인가 보다.
빅 엔젤의 집안도 여러모로 대략난감인 판에
빅 엔젤의 엄마 아메리카와 암으로 투병 중인 빅 엔젤의 생일,
그리고 그의 가까운 임종 때문에 등 돌렸던 가족들은 슬그머니 화해를 한다.
마지막까지 욕설이 난무하고 콩가루 가족 분위기 고수하는,
시트콤 같은 가족 이야기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