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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차가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02 달고 차가운, 오현종
달고 차가운 입술. 너무 달아서 입술을 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는걸.
죽느냐 죽이느냐, 둘 중 하나라고.
열한 살짜리 딸 민신혜에게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성매매를 강요했던 엄마가
이제 열한 살이 되는 신혜의 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다.
스무 살 신혜는 자신이 집에서 도망치면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할 동생 때문에 떠나지도 못한다.
이 사실을 신혜로부터 전해들은 남자친구 강지용은
그 악마적 범죄를 멈추기 위해 또다른 악, 살인을 저지른다.
아, 살인인가?
지용은 두 딸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그 여자를 사람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이것은 살인이 아닐지도 몰랐다.
엄마를 못 견뎌서 가출했더니,
바깥엔 엄마를 닮은 인간들이 또 있더라고.
여러 명과 싸우느니 차라리 집에 들어와
한 명과 싸우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진실은 지용의 범행 후 한참이 지나서야 밝혀진다.
새아버지가 데려왔다는 신혜의 어린 동생은
성매매를 강요당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교통사고로 죽었다던 신혜의 새아버지는 버젓이 살아 있었다.
그는 민신혜의 진짜 애인이었다.
신혜를 구하고 지옥에서 꺼내주려던 지용은
그녀에 의해 지옥에 처박힌 것이었다.
그게 네 지옥이라는 거니?
다들 지옥에 있다고 하지.
모두 너 때문에 내가 지옥에 있다고 욕하는데,
너 역시 지옥에 있다고 아우성을 쳐.
그러면 이게 다 누구 책임일까.
그런데 지용은 정말 신혜에 의해 지옥에 처박힌 걸까?
지용의 부모들은 그의 선택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세운 계획에 따르라고 아들을 압박하고 강요했다.
이 와중에 지용은 분노와 증오에 휩싸여
어쩌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을 품고
신혜는 그의 내면을 포착해 그를 조종하고
끝내 그가 자신의 어머니 대신 다른 사람의 어머니를 해치는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여기서 진짜 악은 누구일까?
내가 아니어도 그랬을 거잖아.
넌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잖아.
그랬잖아.
달고 차가운 잠, 달고 차가운 첫사랑, 달고 차가운 진실.
지용은 신혜 엄마의 악마적 범죄를 멈추기 위함이라는 당위성으로 자신을 무장한 채
살인을 모의하고 실행하여 완전범죄에 성공한다.
1년 후 다시 만나기로 굳게 약속한 지용과 신혜.
하지만 어느 순간 신혜와의 연락이 끊기고 지용은 신혜의 행방을 찾으려 애쓰는데...
첫사랑의 뒤틀린 방식이 가져온 성장통과 파국을 그린
오현종 작가의 "달고 차가운".
역시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이야기였다.
재밌게 읽은 오늘의 젊은 작가 두 번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