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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일생일대의 거래, 결정은 1초만에 이루어진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106/pimg_7918311082349898.jpg)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당신이 영원히 지워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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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법 유명인이다.
내가 죽고 나면 남겨진 재산과 업적 때문에 신문에 대서특필될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성공한 삶을 가족들과 나누지 못했다.
아들과 아내가 나를 떠난 것도 몰랐을 정도라면?
출장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나서야 그들이 내 곁에 없음을 알아차렸다.
그만큼 성공만을 좇아 살아온 나였다.
남편으로서 또한 아버지로서 나는 완전히 실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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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고향에서 바텐더로 사는 데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암 선고를 받은 뒤로 매일 저녁 아들이 일하는 술집 창밖에 선 채
아들을 바라보다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나는 사람을 죽였다.
나는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암 병동에서 만난 한 용기 있는 여자아이 이야기를,
그림 그리는 것으로는 암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어른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하루 종일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려대는 아이의 이야기를.
나는 그 여자아이 주변에서 알짱대는 여자 사신을 볼 수 있다.
사망 명부가 담긴 폴더를 든 채
저승으로 함께 갈 사람들을 방문하는 사신.
그녀가 여자아이의 삶을 거두기 위해 왔다.
나는 사람을 죽이기로 한다.
사신 앞에서 인생을 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기로 한다.
결국 이 야이기는 한 생명을 구하려면 어떤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이야기다.
나는 사람을 죽이기로 마음먹음으로써
내 인생 전부가 나를 기억하던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삭제될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다.
이건 내 일생일대의 거래가 될 것이다.
1초는 항상 1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한 가지가
그 1초의 가치다.
가족 구성원의 편안한 삶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을 등지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나 보다.
저녁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는 엄마아빠보다
택배 기사의 벨 소리를 더 기다린다는 웃픈 이야기,
귀가를 반겨주는 건 반려동물이라는 뼈 때리는 유머가 도는 세상 아니던가.
'나'도 그 이야기 속 누군가가 되어버렸다.
가정 외적으로는 성공적인 삶이었으나
가족 구성원으로서는 철저히 실패해버린 삶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나'의 모든 것이 영원히 삭제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누군가의 생명'을 없앨 결심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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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베어 타운", "우리와 당신들" 등
많은 작품을 히트시킨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그의 짧은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으면서
우리 아빠의 삶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이번 "일생일대의 거래"에서, 어쩌면 그 주인공은 비로 나.
나의 가족과 나누는 마지막 작별인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