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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갇힌 소년 ㅣ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침묵에 갇힌 소년, 결정적인 순간도 침묵하는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103/pimg_7918311082346467.jpg)
제이콥의 머릿속에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
그 모자는 그 세계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 줄 거야.
"기억 전달자"로 유명한 작가 로이스 로리는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 소설 "침묵에 갇힌 소년"에서
주인공은 소년 제이콥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 캐티라고 밝혔다.
그렇다. 주인공은 캐티다.
다만 할머니가 된 캐티가 제이콥의 이야기를 자기 손주들에게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103/pimg_7918311082346468.jpg)
제이콥은 말이 없는, 침묵에 갇힌 소년이다.
자폐 성향에 지적 장애가 있어 단지 뭔가를 표현하는 소리만 낸다.
사람들은 제이콥이 모자라고 정상이 아니라며 손가락질하지만,
마을의 의사이자 캐티의 아버지는
제이콥이 다른 사람들과 단지 ‘다를 뿐’이라며 제이콥을 칭찬한다.
이처럼 넓고 따뜻한 시각을 가진 아버지를 둔 캐티는 정말 행운아다.
아버지 덕분에 캐티는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법을 익혔고
또한 그 성격 덕분에 제이콥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캐티는 말 없는 소년 제이콥과의 특별한 우정을 키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콥은 어떤 비극적인 사건에 연루되고,
진실은 침묵 속에 영영 갇혀버린다.
제이콥이 어사일럼에서 지내게 된 그날 이후 캐티는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 각자의 삶은 꾸준히 계속되었다.
캐티의 딸이 이런 이야기를 그 손주들에게 들려줄 정도로.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103/pimg_7918311082346470.png)
캐티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진행되는 소설 "침묵에 갇힌 소년"을 읽는 내내
제이콥과 겹치는 소녀가 불쑥불쑥 머릿속에서 뛰놀았다.
침묵하지 않으나 자신의 세계에 갇힌 아이,
제이콥이 세상의 소리를 흉내내듯
나는 뜻을 모르겠는 소리를 시도때도없이 뿜어내는 아이.
과연 무엇이 그들을 울타리 안에 들여놓았을까.
왜 그 안에서 나오지 않는 걸까.
제이콥이 자신의 보호막처럼 여기는 모자를 보자니
그 아이에게도 몸에서 좀처럼 떼지 않는 것이 있음이 떠올랐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도 세상의 편협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
가까이 있는 나조차도 때로 그런 시선이 불쑥 고개를 쳐드니 말이다.
누구에게든 있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
삶을 바꿔버릴 만한 순간에도 여전히 침묵했던 소년과
그를 대신해 진실을 입 밖으로 꺼낸 소녀의 이야기
"침묵에 갇힌 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