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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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맞부딪는 역사의 현장에 놓이다

 

 

 

 

 

 

다빈치의 그림 속에 장영실이 남아 있다 하옵니다

 

세상 가운데 사람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던 장영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세상을

과학의 삶에서 찾으려 하고 과학으로 돌려주려 했던 장영실은

궁에서 쫓겨난 후 휴대용 천평일구를 지니고 정말 이탈리아 밀라노로 갔을까?

거기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그의 작품 <최후의 만친> 속 1인이 되었을까?

 

 

 

 

 

 

 

 

 

순교란 조용하며 무거운 길이다.

 

 

 

 정조 15년,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주를 불사르고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지냈다는 이유로 처형당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였던 두 선비의 적발 과정에서

그림 한 점이 입수되었으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사본이었다.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마지막 밤 벌어지는 식사 모습이 담긴 그림에서

김홍도는 사라진 장영실과 소실점 속 인왕산을 발견하고

유교와 서학의 충돌의 현장에서 정조는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며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

이 와중에 정약용은 형제들을 향한 조정의 탄압과

자신을 겨냥한 노론의 사찰이 두려워 신앙의 흔들림을 느낀다.

 

 

공서파를 앞세운 조정은 본격적으로 서학인 탄압을 시작하고

이 박해로 가족을 잃은 여섯 서학인이자 탈춤패 초라니는 똘똘 뭉쳐 복수를 꿈꾼다.

정여립의 후예를 자처하는 전직 세자익위사 박해무,

새벽 기도 나갔다가 체포되어 고문 당해 한쪽 눈이 뽑힌 채 탈옥한 전직 상의원 어침장 김순,

천주인을 발본색원하라는 밀명을 받고 잠입한 곳에서 오히려 천주쟁이가 되어버린 이하임,

서학을 섬기다 기찰에 걸려 장 맞아 죽은 어미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도몽,

의녀가 되어 가난한 이들에게 의술을 펼치겠다는 누이를 잃은 전 창덕궁 내의원 어의 김혁수

붓과 십자가가 하나가 되길 바랐던 전직 학자 배손학.

여기에 도몽의 누이이자 불을 다루는 도향까지.

 

 

 

복수의 마음을 접어라.

자신을 옥죄고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 될 것이야.

 

 

 

어찌나 느리게 전개되는지, 나 또한 느리게 느리게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프리메이슨, 카메라 옵스큐라, 밀라노, 가나안 땅 등의

왠지 생소한 느낌의 용어가 등장하니 작가의 시도가 돋보인다.

정약용이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들여다본 조선판 <최후의 만찬>.

임금을 중심으로 좌우측으로 앉은 여섯 신하와 여섯 외인 엇갈린 모습이 완성되기까지

더없이 신중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후의 만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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