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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호수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정용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평점 :
세계의 호수, 삶으로 끌고 오지 마세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023/pimg_7918311082334527.jpg)
어느 순간부터 무주는
'오늘의 날씨"처럼 일상에 영향을 줬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023/pimg_7918311082334528.jpg)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윤기,
자신의 단편 시나리오를 번역하고 가상으로 각색, 연출까지 해보는
번역 실습 워크숍에 원작자로 초청을 받아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그런데 빈대학까지 가는 이유는 딱히 이 워크숍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7년 전 헤어진 연인 무주가 늘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도시에 가보고 싶었다.
게다가 그녀는 결혼해서 스위스의 장크트갈렌에 살고 있었다.
빈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무주 그녀는 그에게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당연히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음에도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빈에 와 있다고.
답장이 올 것 같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답장이 도착한다.
올 수 있으면 오라는 답장, 너무도 당연하게
그는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스위스로 향한다.
담당자는 그에게 '세계의 호수'가 가볼 만하다고 이야기해주고
그는 무주의 남편이 부재하는 무주의 집으로 들어가
무주와 무주의 딸 유나와 함께 며칠을 보낸다.
너는 떠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났어.
거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부했고.
그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무주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7년 전, 그녀가 왜 자신을 떠났는지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무주는 떠난 건 자신이 아니라 바로 윤기 그였음을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선택한 일을 남이 하도록 강요하는 비겁함을 비난하며
사람은 바뀌지 않고 어차피 끝은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던 두 사람,
그들은 세계의 호수가 아닌 '세 개의 호수'에서 시간을 보내고
연락하고 싶고 친구로 지내고 싶은 마음과
연락하고 싶지 않고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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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작별은 어떻게 다른 걸까?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은 가능한가?
어쩌면 끝내 풀리지 않은 채 오랜 숙제로 남을지 모르는 의문들.
잘못된 소통으로 '세 개의 호수'가 '세계의 호수'가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호수'에 가고자 하는 마음을 접기란 힘들다.
삶의 모순에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윤기의 이야기 "세계의 호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