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4
김진나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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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이제 소녀 같은 건 때려치우기로 했다


 


다섯 작가가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소설로 뭉쳤다.

김진나, 박하령, 이꽃님, 이진, 탁경은.

이 쟁쟁한 이름들 속에 내 딸아이의 별명이 있어

그녀의 작품 먼저 읽기로 했다.

이걸로 충분했다.

이 단편 "이제 소녀 같은 건 때려치우기로 했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남학생은 채팅방을 착각해 반 채팅방에 같은 반 여학생과 동침한 사실을 자랑한다.
한순간에 남자는 영웅이 되고 여자는 걸레가 된다.
여자가 채팅방을 나가자 남자의 자랑은 기정사실이 된다.
이제 수많은 입이 떠들어댄다.
마치 그들의 동침은 온전히 여자의 잘못이라는 듯이.
이 사건을 접한 솔지 역시 여자애가 미친 거고
교복을 입은 소녀가 성에 눈을 뜨는 건 음란하고 문란한 일이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러한가?

솔지의 언니는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편견이 문제임을 명확히 짚어준다.
하지만 그런 견해를 갖추기엔 솔지가 아직 어렸다.
마침 영지의 비디오 사건이 터지고 솔지의 집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숱하게 욕을 먹으면서도 대응하지 않던 여자는
사그라들지 않는 아이들의 반응에 결국 묻는다.

너 진짜 나랑 잤어?
네가 억지로 했잖아.
싫으니가 그만하라고 했는데 네가 강제로 했잖아.


이제 그들의 동침은 강간으로 넘어간다.
변태, 쓰레기, 미친놈이라는 반 아이들의 추궁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말한다.

쟤랑 난 잔 적도 없는...
그래, 애들한테 자랑 좀 하려고 뻥쳤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여자를 걸레로 만든 그는 끝끝내 당당하다.
그리고 주변의 반응은 더 이상하다.
남자를 성폭행범으로 오인하게 만든 여자가 꽃뱀이라는 것이다.
결국 걸레로 지목되었던 아무 잘못 없는 여자는 꽃뱀이 되었고 쓰레기가 되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시시때때로 바뀌고
여자들은 사회적 편견에 묶인 채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현실.
작금의 우리 사회다.
피해자인 언니와 잘못된 정보로 한순간에 ‘걸레’가 되어버린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깨지지 않는 여성 편견의 불패 신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소녀들의 노력은 꼴페미로 비난당하고
"밖에서 우리 학교를 어떻게 보겠냐"는 선생님들에 의해 한 번 더 가로막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녀들은 아프다.
여자들은 아프다.
사회는 빨간약을 발라줄 마음이 없이
오히려 상처를 쑤시고만 든다.
참 씁쓸한 현실.
내가 굳이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속 다섯 가지 이야기에
깊이 빡치고 만다.
혹시 이 기분은 '딸 키우는 엄마로서'라는 자격 한정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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