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먹먹한 감동,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차분하고 먹먹한 감동,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나는 하나도 안 좋을 것 같지만
벌레든 동물이든 괜찮으니까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이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이 작가가 누구지 싶어 냉큼 찾아보았더니, 세상에!
2003년 출생, 울 딸랑구보다 어리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문학상의 상금을 모아

좋아하는 잡지를 사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12세 문학상' 대상을 초등학교 4, 5, 6학년에 걸쳐 3년 연속 수상한 꼬마 작가다.
정말 가서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스즈키 루리카의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열한 장의 자필 원고에서 출발하였다.
열네 살에 출간한 첫 소설집이라는 것은 놀랍고

출간 직후 10만 부 이상 판매된 것은 당연하다.
다섯 편의 소설이 연작 형식으로 실린 이 책.
내용 소개고 뭐고 그냥 읽어보라고 권한다.
갑자기 내가 감성적 인간이 되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피붙이 하나 없어 보이는 엄마는 남편도, 돈도 없다.
그렇지만 늘 개구지고 긍정적인 데다 때론 필사적이다.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막노동을 하면서도 딸아이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맞춰주는 엄마 다나카.
그런 엄마를 언제나 지켜보며 자신보다는 엄마의 행복을 더 바라는 딸 초등학생 하나미.
돈이 없어 늘 반값 세일하는 또는 반값의 반값 세일하는 식료품밖에 못 사지만
다나카 모녀는 늘 여유롭고 미소를 지을 줄 알고 희한하게 희망적이다.

엄마는 꽃도 있고 열매도 있는 인생을 살라는 의미에서

딸아이에게 '하나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그 이름은 소설 속에서 복숭아를 먹고

그 씨앗을 심는 하나미에게 우연을 가장한 희망을 전해준다.

6편의 이야기 중 5편은 하나미의 시선으로 진행되지만
마지막 1편은 하나미의 같은 반 남자아 아이 신야의 입장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가진 것 없지만 너무나 희망적이었던 하나미 모녀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반전된 분위기에 더 울컥했다.
지금 입시를 앞두고 있는 딸아이,

딸아이를 위해 뭔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상황과 오버랩되어

더 이야기에 감정이입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컨디션과 성적에 따라 나도 시시때때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인데
아이는 나의 반응에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비행기에 탄 기분이었겠다 싶다.

누구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는 울어.
안 우는 사람은 없어.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돼.
세상에 울지 않는 소년은 없어.

'비록 보잘것없는 희망이라도 그게 있으면 어떻게든 매달려 살 수 있다'는 겐토의 말처럼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며 배려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모녀의 삶.
입시 스트레스에 자살 충동을 느낀 신야까지 구해내는 그들의 삶이 참 반짝반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