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김동하 지음 / 답(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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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사랑이란 상대의 초라함을 이해하고 서로의 찌질함을 이해하며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녀의 하루에 내가 있는지 궁금했다.
어떤 얘기를 쓸지,
단어로 이루어진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나에 대해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라는 궤도에서 이탈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동하와 그녀.
두 사람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그것을 부정하고 그리워하며 애태우다가
스스로의 마음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 아주 세세히 그려져 있다.
이것은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소설로 분류되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다.
어쩌면 에세이라서 베끼고 싶은 문장들이 그리도 많은 건지 모르겠다만^^





언젠가부터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
나도 모르게 태연한 척하는 버릇이 생겼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에
의연한 태도로 팔짱을 끼는 것이 성숙이라 믿어왔다.





동하는 역시 순례길에서 만난 그렉이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말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사랑은 재채기처럼 숨길 수 없다고
감추려고 든다고 쉽게 감춰진다면, 접고자 한다고 쉽게 접힌다면
그게 어찌 사랑일까.
동하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외면하며 나름 그렉에게 응원을 보내지만
그녀는 동하의 마음 구석구석에서 점점 자리를 넓혀만 간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지에서 만났다는 자유로움과 행복감이
과연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도 유지될 것인지를 고민하니
동하는 선뜻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존재하는 것들은 불확실을 안고 살아간다.
자존심 때문에, 용기 때문에 혹은 아픔 때문에
저마다 대본에 쓰여 있는 대사와는 다른 말을 하곤 한다.





애석하게도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 따위처럼
반짝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았다.
불확실함을 가득 안은 채 엔딩을 향해 애처롭게 달려가야 했다.
장작이 다 타들어가도록 우리는 대본에도 없던 말을 뱉었다.




여행 마지막을 함께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동하와 그녀.
결국 서울에 와서 동거를 시작한다.
그들 삶이 술술 풀려나갔다면 애틋한 이야기도 없었겠지.
통장 잔고는 자꾸 떨어지고 하려던 일은 진행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지만
그들은 꼭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살아가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사랑을 막 시작할 때는 우리 둘만 보였는데,
막상 사랑을 시작하니까 다른 게 신경 쓰여.
이상하지?
그냥 둘이서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데.





결국 남들의 시선에 맞춰 좋은 직장을 갖거나 결혼이라는 형식을 갖추기보단
서로에게 어깨를 내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들은 베를린 행을 결정한다.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이만큼 살도록 맘껏 못 살아 아쉬운 마음 한가득인 나로서는
그들의 용기와 결단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불완전한 두 생이 서로애게 기대어 하나의 삶으로 기억될 것이다.




행복은 우리 둘의 것이었지만
슬픔은 너무도 개인적인 일이었다.




Kerp on Trucking
그것이 무엇이든 네가 선택한 길을 포기하지 말라.






동하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글과
그녀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글을 써나가는 시점이 교차한다.
익숙지 않지만 특이해서 맘에 들었고
한 땀 한 땀 정성 들인 문장이 콕콕 와 박힌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그들의 인생이,
부디 평안하기를, 부디 행복하기를 바라며
"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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