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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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의 운명,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온예손우,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그녀의 이름이었다, 강간으로 태어난 에우인 그녀.

누루족 대마법사인 다이브가 오케케족 여자를 강간해서 태어난 온예손우.

강간 당할 당시 어머니는 목소리를 잃었지만 용기를 잃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온예손우를 밝게 잘 키웠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경멸했다.

즈와히르 사람들은 언제든 누구든, 강간의 위험이 넘쳐나는 곳에서 함께 살면서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온예손우 모녀를 백안시했다.

참 이중적이기도 하지.

 

 

 

 

 

 

열한 살이 된 온예손우는 불명예로 각인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즈와히르의 '열한 살 의식'인 할례를 치른다.

그녀는 함께 의식에 참여한 이들과 비로소 연대감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한 꺼풀 씌워진 가식 같다.

이 할례로 인해 드러나지 않았어도 좋을 그녀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드디어 그녀의 시련이 시작된다, 운명처럼 죽음이 찾아오는 것을 눈 뜨고 맞아야 한다.

 

그녀의 시련은 생물학적 생부, 즉 온예손우의 어머니를 강간한 남자와

또 다른 의식 세계에서 마주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꿈속에서 그녀를 해치려 드는 '붉은 눈'의 환각에 시달리던 온예손우는

즈와히르의 마법사 아로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이 괜히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일까.

그녀는 결국 아로의 제자로 받아들여지고 입문식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본다'.

마법사로서의 그녀의 잠재력이 발현된다.

 

 

 

 

 

에우로서의 차별과 여성으로서의 차별에 꿋꿋이 맞서던 온예손우는

일곱 강 왕국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부와 맞서기 위해 사랑하는 므위타, 할례동기 들과 함께 긴 여정을 떠나는데...

 

 

 

 

 

 

 

 

모든 게 발달되어 있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은 더욱 발달된 세계.

그곳에서 여성들은 자유를 억압당하고 성적 쾌감을 차단당한다.

현대적 배경과 태곳적 장치가 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 속에서

더욱 부각되는 것은 여성의 성적 자유가 아닌가 싶다.

온예손우가 궁극의 운명을 향해 다가가는 내내

이 성적 즐거움을 누리고 그에 매달리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억압받고 있는 오케케 부족의 운명과 얽힌 온예손우의 운명.

숙명을 달성하기 위해 그녀가 죽어야 한다는 전제로 출발한 이 판타지는

성별 불평등, 인종 차별, 사라져야 할 전통, 악습, 님비 등을 통렬히 비판하며

그 장치로 환상과 마법, 환각 등을 사용한다.

 

운명을 향해 가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내적 갈등과

사람 간, 부족 간 외적 갈등에 노출되는 온예손우와 그 일행.

그들은 과연 운명을 이겨낼 것인가, 운명에 잠식당할 것인가!

 

나이지리아의 이보족 출신인 작가 은네디 오코라포르가

내전 중이던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자행되는 강간이

일종의 전쟁 무기처럼 인종 청소를 위한 수단으로서 이용되는 참상을 취재한 기사를 접하고

영감을 얻어 그려낸 소설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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