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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후회병동, 혹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나요?
그녀의 꿈, 그의 가족, 딸의 결혼, 나의 친구 그리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
학생 때부터 국어 점수가 형편없던 나, 루미코.
평소에도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자각도 하고 있었고
에두른 표현이나 미묘한 뉘앙스에 자신 없던 나에게는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신경한 의사'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어느 날 화단에서 청진기를 발견한 나는 신기하게도
청진기를 통해 환자들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이거 몰래카메란가?
그리고 내가 담당하는 네 명의 시한부 말기 암 환자가 있다.
엄마처럼 배우의 삶을 살고 싶어 했지만
엄마의 반대로 좌절된 꿈을 계속 아쉬워하는 지기라.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사회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던 휴가.
깜량이 안 되어 보이는 남편감을 데려온 딸의 결혼을 반대해
마흔여섯이 넘도록 혼자인 딸을 둔 유키무라.
중학생 때 짝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그녀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온 야에가시.
이들 모두 지나온 삶 혹은 현재의 삶에 후회 또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나는 청진기를 그들의 가슴에 댄 채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더 나아가 과거로 향하는 문을 통과해
그들의 후회하는 혹은 욕망하는 또다른 삶을 함께 겪는다.
환자들과 함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꿈을 보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사이
나는 20여 년 전 나와 엄마를 버리고 떠난 아빠와 마주친다.
암 환자로 병원에 들어온 아빠,
나는 환자들을 대하듯 아빠를 대하고자 하지만
청진기에 의지하지 않았음에도 아빠의 속마음이 들리는 듯해
당황스럽기도 하고 차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는 오랜 세월의 앙금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하다.
이럴 때 나는 딸이어야 할까, 의사이어야 할까?
dream, family, marriage, friend 그리고 에필로그.
각 장의 네 주인공과 소설의 주인공 루미코는
후회로 남은 삶의 어느 부분에 새로운 선택을 함으로써
여태까지와는 다른 삶을 누려보는 기회를 갖는다.
살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돌이키고 싶은 순간의 선택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었음도 드러난다.
돌이켜서 더 나빠지는 선택도 있는 법.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의 순간이
꼭 되돌려야만 했던 것은 아님을 깨닫는 기분은 어떨지,
가키야 미우의 소설 "후회병동"으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