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대신 욕망 - 욕망은 왜 평등해야 하는가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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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대신 욕망, 누구라도 당당히 욕망할 수 있는 사회일 것!

 

 

몸은 바꿀 수 없지만 사회는 바꿀 수 있다!

 

 

 

 

 

 

충격을 받으면 뼈가 유리처럼 부서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은 작가는
열다섯 살까지 방 안에서만 살았다.
그를 비롯한 대부분의 장애인은 평생을 수용 시설이나 작은 방 안에서 지낸다.
최소한의 교육만 받고, 동료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 외의 인간관계는 없다.
남성이나 여성으로서의 욕구도 무시당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탈출을 하려면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있는 법이다.
그 장벽 앞에는 언제나 경비원들이 지키고 서 있다.



 

 

 

 


재활원에서 벗어나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고자 했을 때 그는 벽에 부닥친다.
그 벽은 몹시 견고했고 감히 울타리 밖으로 나오려는 장애인에게 냉정했다.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전혀 없는 학교로서는
그 순간 장애인은 국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주연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등장'은 하고 싶다.




작가는 이 등장을 위해 슈퍼 장애인이 되기로 한다.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도전,
쾌활하고 과감한 성격으로 여러 장벽을 돌파,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무장한 채 사람들의 시선을 능청으로 대처,
공부와 운동과 연애 능력을 겸비,
모욕을 쿨하게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정신력을 장착,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용기를 내는 '깡'을 갖춘... 슈퍼 장애인 말이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다 되는 게 인생이던가.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휠체어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계단과 높은 언덕 앞에서 좌절한다.
진정 그가 원하던 세상의 중심에서 오히려 그는 소외당한 것이다.
강의실 이동이 어려워 수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기숙사에서 컵라면조차 사먹을 수 없던 그는
현실의 어려움 따위는 훌쩍 뛰어넘는 ‘슈퍼 장애인’ 되기를 포기하고,
장애인권연대사업팀에 참여해 장애학생이

학교의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서 대우받게 해줄 것을 요구한다.
‘슈퍼 장애인’이 되어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그를 비롯한 많은 장애학생들은
생물학적 손상은 결코 ‘극복’할 수 없으며,
장애를 극복한다는 것은 손상된 몸에 부여된 사회적 차별을 극복한다는 의미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그때야 비로소 장애인이 되었다.’
이제 그는 숨 죽인 채 장애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야한’ 장애인, ‘뜨거운’ 장애인을 선언하며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 20대 청년은 30대 변호사가 되었다.
그는 장애인, 노동자, 대학생, 여성, 남성, 청소년, 난민, 성소수자, 노인 등이
각자의 차이를 직시하고, 그에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에 솔직하게 맞서고,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대’가 이어진다고 말한다.
각자가 가진 욕망을 인정하고, 누구든 당당히 욕망해도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 사회는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인 셈이다.


"실격 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으로
2018년 주요 언론 매체와 출판인이 뽑은 ‘올해의 저자’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김원영 변호사가 20대에 쓴 책의 개정판 "희망 대신 욕망"이다.
재미 없어 보이는 표지와 제목이었는데
내용이 쑥쑥 읽혀 놀란 채로 완전 몰입해 읽었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 기반 시설 및 인식.
나도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나오곤 하는 것 인정.
그들과 나는 똑같은 존재임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책은 학교 내에서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해 널리 읽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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