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작은 날개로 세상을 크게 안아주는 것

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버드 스트라이크, 작은 날개로 세상을 크게 안아주는 것

 

고원 지대에 사는 날개를 가진 익인(翼人)들, 비오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익인들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간 도시 사람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비오는 익인들과 함께 도시까지 날아와 시 청사 건물을 습격한다.

 하지만 작은 날개로 태어난 비오는 비행 능력이 부족했기에

 습격 직후 도시인에게 붙잡혀 청사에 갇히고 만다.

날개가 작아서 덮을 수 없다면

그냥 그대로 꼭 안아 주면 돼, 너의 두 팔로, 너의 가슴에.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비오가

굳이 익인들과 동행해 시 청사 건물을 습격한 이유는 바로 아버지 때문.

양아버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베푸는 애정을 똑같이 비오에게 베풀었고

비오가 힘들어할 때마다 곁에서 힘을 주었던 것.

작은 날개 때문에 익인들 사이에서도 겉돌던 비오에게

아버지는 감히 따져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한편 도시 아이 루, 도시 최고의 권력 시행의 배다른 여동생이

호기심에 루를 찾아왔다가 기력을 회복한 비오에게 인질로 잡힌다.

비오는 루를 데리고 청사 밖으로 탈출해 고원 지대로 돌아간다.

비오가 익인들 사이에서 약간 부족한 존재였듯

루 역시 도시에서 소외된 채 외롭게 생활하던 아이였다.

남들과 약간 다른 자신들의 상황에 동질감을 느꼈을까,

루와 비오는 서로의 아픈 자리를 알아보고 비슷한 정서로 위로하며

닿아도 될지, 마주해도 괜찮을지를 물으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식을 낳아 놓은 것에 대해

일일이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죄하면서 사는 건

부당하고도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자연을 따르며 전통적 규율을 중시하는 익인 공동체 속에서

비오의 엄마 시와는 자신이 도시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비오에 대해

아름다운 몸짓의 결과물이며, 하나의 축복이라고 말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익인들의 삶을 한 미치광이 벽안인이 파고드는데...

 

아, 구병모 작가의 "버드 스트라이크".

어쩜 이렇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지!

긴 듯 긴 듯 긴 듯 이어가는 문장들도 이렇게 취향 저격이라니.

판타지를 통해 따뜻하고 아름다운 생의 예찬을 펼치는 그녀.

그리고 이야기 내내 드러나는 그녀의 삶에 대한 사고방식이 참 줄기차다.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받는 그녀의 작품.

"위저드 베이커리"처럼 "버드 스트라이크"도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는 옳고 바람직하다거나 다른 것은 그릇되었음을 말하지는 않아.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