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몽환도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삶과 삶이 엮이는 순간에 빗소리 몽환도




갑자기 책 속 주인공들이 내 생활 속으로 뛰어든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일이면 갓 스무 살 되는 공상호의 삶 속에 그들이 뛰어들었다.
그가 막 책 한 권을 다 읽은 참이었다.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나타난 그녀, 아가씨 혹은 아줌마는
자신이 옥탑방 세입자가 되었다며 공상호에게 나가달라 말한다.
아뿔사, 공상호는 자신이 월세를 밀렸으며
집주인이 여러 번 경고를 보냈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하필 이런 순간에!
물고기비늘 같은 빗방울을 여기저기 떨어뜨리는 여자를 보니
비가 오는가 싶은 이 순간에!

그녀는 매번 손찌검를 당하면서도 그 남자를 떠나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 집을 박차고 도망쳐 이 옥탑방으로 온 거다.
그녀가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음을 알기에,
자신 역시 이 옥탑방을 벗어나면 갈 곳이 마땅치 않기에
공상호는 옥탑방에 머물 권리를 두고
아가씨 혹은 아줌마와 언쟁을 하다가
문득 그녀가 아이를 가졌음을 떠올린다.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이 밤,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두 사람은 라면을 끓여 먹으며 잠시 타협한다.

먼저 잠든 그녀를 쳐다보던 공상호는 문득
그녀 배 속 아이의 애원을 듣는다.
내일 아침 엄마가 자신을 없애려 병원에 갈 것이라며,
하지만 이 목숨은 엄마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라며,
엄마를 말려줄 것을 애원한다.
갑작스레 공상호는 핏줄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처럼
저 여인의 아이를 자신이 키우는 것을 상상하다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드는데...



 

 




'나'는 4차원 공간으로 침입해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손을 뻗는다.
사랑 때문에 죽으려는 줄리엣을 만류하려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인 시간은 겨우 일주일 남짓.
그 시간 동안 키운 사랑이 얼마나 두터웠을까 싶어
독자로서 줄리엣의 선택이 옳지 않음을 구시렁구시렁 주절주절대지만
줄리엣은 책 속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응수한다.
자신과 로미오는 삶과 죽음과 사랑의 상징으로 남을 운명이라며...

특이하고 술술 읽히는 단편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온갖 것을 갖다 붙이는 <사과>도 재미있고
미스터리 환상 특급 같은 <수사반장의 추상예술 감상>도,
나머지도 다 재밌다.

(약간의아쉬움이 있다면 오타! ㅎㅎ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어
스마트 소설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도 불리는 콩트, 단편소설들.
그 첫걸음을 "빗소리 몽환도"가 내딛었다고!
스마트 소설이 한국적 문학장르라는 의의를 알게 해준 작품집이다.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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