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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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오빠를 진술합니다, 나의 살인자에게


 


나는 아직도 오빠의 살해 목록 1순위





2013년, 아스트리드와 그녀의 언니 소냐는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폭행, 갈취, 협박 등을 저질러 교도소에 여러 번 수감되었지만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셀러브리티 범죄자’가 된
친오빠 빌럼을 상대로 증언을 결심한 것이다.
빌럼의 전 여자친구 산드라도 함께였다.
모두가 빌럼에게 맞선다면 결국 죽게 될 거라고 했고,
그들 스스로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일거수일투족을 빌럼에게 감시당하고 있었기에 결코 쉽지 않았다.
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자들은 알리바이를 만들고,
법무부를 만나 비밀진술을 하고,
몸에 도청장치를 차고 나가 빌럼과의 대화를 녹음했다.

마침내 2년 뒤, 빌럼이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빌럼은 두 건의 살인, 다섯 건의 살인 교사,
기업 범죄 연루 혐의로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남매의 비극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싹텄다.
그들이 절대 저항하지 못할 나이와 상황,
가정에서 독재자요 절대 권력자였던 아버지가 이 비극의 시작점이었다.
아버지는 아내와 네 아이를 억압하고 수시로 폭력을 휘둘렀으며
세뇌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다른 가족의 잘못으로 둔갑시켰다.
엄마는 체념 상태로 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아이들은 힘도 경제력도 없어 아버지에게 복종했다.
아버지의 만행을 읽는 내내 가슴에서 열불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다.

아이들은 대머리(아이들끼리 아버지를 부르던 은어) 때문에
나름 서로를 방어해주기 위해 굳건한 우애를 쌓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폭압은 고스란히 빌럼에게 대물림되었고
빌럼은 사이코패스처럼 변해갔다.

그들의 우애는 빌럼이 소냐의 남편을 살해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소냐의 남편 토르는 빌럼과 함께 하이네켄 납치사건를 벌인 공범),
그 사실을 감춘 채 범인을 달래는 척하며 금품을 요구하고,
소냐의 아이들을 인질로 극악행위를 벌이고,
아스트리드의 자주적 삶을 자신의 범죄와 연결시키려 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아스트리드의 법정 증언으로 빌럼은 결국 수감되었지만
교도소 안에서도 살인교사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아스트리드는 지금 모든 일을 그만둔 채로
살해 위협을 피해 도망자의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모든 일이 영화가 아니라 실화라니!

그래서 분류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회고록 전반에 걸쳐 아스트리드가 오빠 빌럼에게 여전히 애정을 품고 있음이 느껴져 더 화가 났다.

여동생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빌럼의 살해 목록 1순위는 법정에서 증언한 아스트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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