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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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짧은 소설,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인생을 꾸리는 기준은 시대마다 다르고 제법 많기까지 하더라

 

 

 

 

  

살아가는 동안 이율배반적인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방금 뱉은 말을 지나고 보면 스스로 부인하는 경우도 많고

누군가의 말에 반박하다 보니 자신의 주장이 사실은 상대의 것과 동일해져버리는 순간도 있다.

때론 나의 주장이 폐기되기도 한다.

후남이의 삶, 아니 후남 모친의 인생도 그러했다.

독립적으로 자라 독립적으로 생활하길 바랐던 딸이

정작 독립된 삶을 선택하자 온갖 불안이 몰려든다.

자신이 아들을 못 낳아 당했던 설움은 언제 사라졌는지 흔적도 없다.

아니, 가슴속에 묻힌 채 존재감을 잃었다.

그저 딸아이가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 안달이다.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엄마의 시대를 살아온 여성이

결국 자신의 교육을 부정해버리는 사태가 온 것이다.

 

지나고 나면 나도 저런 엄마가 될까?

딸아이가 살아줬으면 하는 멋진 삶은 정말 내 머릿속 환상일 뿐일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후남 모친에게 모진 소리도 못 뱉겠다.

다만 후남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길 바랄 뿐.

 

 

 

 

넌 잠깐 동안에 별의별 걸 다 봤구나.

 나는 십 년을 넘어 다녔어도 부처님 한 분 우러르기도 벅찼는데

 

 

 

 

같은 장소에 같은 동안 있으면서도

 서로 느끼는 게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엄마의 말씀에 딸은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다.

 마음속에 잡스런 상념이 차 있었기에 미신만 보인 건 아닌가 싶어

딸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꾼다.

 외적 조건으로는 행복할 게 조금도 없는데도

 거의 황홀하리만치 곱게 늙어가는 엄마를 보면서

딸은 마음가짐 하나로 행복해하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몇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소설들(연작도 있지만) 48편.

 1970년대의 시대상이 제법 드러나 있다.

아파트가 생기던 시절, 전화기가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그때 그 시절.

 아파트는 방범에 대한 불안을 덜어줬지만 이웃 간의 거리를 오히려 멀게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며 사무실이며 각종 열쇠를 짤랑거리는 게

 마치 시대를 앞서가는 이들의 척도인 양 한껏 재다가

 한껏 제풀에 지쳐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모색하는 사람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웃 몇 명쯤은 나도 겪었던 사람들이니

 당신도 몇 명쯤 비슷한 삶을 공유하는 이웃들을 골라낼 수 있지 않을까!

짧은 이야기가 좀 더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품게 하는 책.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웃들을 통해

 1970년대 사회적, 사상적 모습의 단면을 맛볼 수 있는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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