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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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아이가 태어나고 아버지와 이별할 때까지

 

 

 

 

 

 

7년, 아들 레브를 얻은 지 7년이 지났고 아버지는 가족 곁을 떠났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데다 작가가 자신의 조국에서
이 책을 내지 않았다고 하기에 끝까지 테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웬걸! 가족 이야기였다.
물론 끝내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장면을 읽으며 책장을 덮었지만.

 

레브는 자신을 지키려다 상처를 입고 파상풍 주사까지 맞아야 했던 아빠에게 묻는다.
"하지만 왜 날 지켜주고 싶었어?"
"널 사랑하니까. 내 아들이니까. 아버지는 항상 아들을 지켜줘야 하니까."
"그런데 왜? 왜 아빠는 아들을 지켜야 돼?"
우리가 사는, 가끔 아주 힘든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다는 아빠의 말에
레브는 묻는다.
"아빠는?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아이가 태어난 지 7년째의 어느 날 나눈 대화였다.

 

 

 

 

 


테러, 전쟁, 종교 등 이스라엘이라는 지정학적 환경은 불안정하지만 그게 또 일상이다.
폭력과 전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동시에 우리네 삶처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평온하다.
그래서 우울하지 않은 이야기, 가끔 피식 웃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다.
앵그리버드 게임에 대한 언급에서는 특히 정당화된 폭력에 대한 우려가 드러난다.
우스꽝스러운 동물과 그들의 귀여운 음성에 가려진 앵그리버드의 실체 말이다.
그는 어쩌면 앵그리버드는 종교 근본주의자 테러리스트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시선에는, 알을 훔쳤기에 훔치면 안 된다는 교육을 위한 게임이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는,
'내 것'을 훔치면 누구든지 죽이고 목숨을 희생하라고 가르치는 게임으로 비친다.
무장도 하지 않은 적의 집을 부수고 그 안에 있는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을 몰살하며,
그것을 위해 자기 생명을 희생하는 게임.
네모난 머리를 한 새들을 석벽으로 쏘아올리는 것은 자살 테러와 가장 가까운 행위라는 것이다.

 

 

 

 

 

 

 

 

 

일곱 살짜리 아들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빼앗긴다든지
경제적 능력을 키우는 게임에서 쩔쩔 매는 등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중년의 남자.
테러와 전쟁이 일상인 나라에서도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히브리어로 집필하는 소설가가 영어로 글을 쓰고
이 글이 언젠가 이스라엘에서 나올 수도 있겠지만 약간은 두렵다고 고백한 에세이다.

 

이 글이 창세기 41장에서 요셉이 해몽한 바로의 꿈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데
성경을 모르는 글꽃송이에게는 뭐... 성서적 함의는 모르겠는 책 "좋았던 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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