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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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아름다운 나날의 기록-웃어라, 내 얼굴

 

 

 

 

우리 일상이 곧 20년차 소설가의 생활과 다를 바가 무얼까.

이렇게 생활밀착형 글을 읽다 보니 귀여운 옆집 아저씨의 느낌이랄까.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져서 웃다!'

왠지 돈 좀 만질 것 같은 작가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처럼 학원비 걱정을 하고 배우자의 눈치를 보고

자식에게 근사한 부모이고 싶었으나 못난 모습 보이는 듯해 풀이 죽는

평범한 생활인이더라^^

 

 

 

 

 

 

작가의 짧디 짧은 산문 <바늘> 덕에 엄마가 골무 끼고 바느질하던 모습이,

의자에 앉아 쇠로 된 재봉틀에 실을 끼워 돌리던 모습이,

육남매 중 누구든 체하면 바늘을 들고 와 머리에 득득 긁고는

손톱 바로 아랫 부분을 콕 찔러 피를 내던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추억에 잠겼다.

 

 

 

 

 

126편의 글이 수록된 "웃어라, 내 얼굴"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가족에게 배우다'는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족과 관련된 일화들이 가득하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며 읽었으니, 나도 참 소소한 사람인 듯싶다.

'2부 괴력난신과 더불어'는 공자의 괴력난신에 우리 사회를 비추어 구석구석 예리하게 살피고

어깨를 당당히 펴고 고개를 쳐들라던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린다.

'3부 무슨 날'에서는 우리가 이것저것 챙겨야만 하는 날들,

어버이의 날이라든지 어린이날이라든지 근로자의 날이라든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법 없이 살 사람들을 자꾸 울리는 법에 대한 날 법의 날!

여기서 남자가 몇 번 우는지가 밝혀진다.

'4부 읽고 쓰고 생각하고'는 정말 읽고 쓰고 생각한 것들에 관한 기록이다.

헐, 작가도 돼지띠다.

한때 돼지띠라고 말하는 게 싫어 대쥐띠라고 하고 다니기도 했는데

어떤 대통령 때문에 그 말 취소했다.

작가랑 나랑 위아래로 띠동갑일지 그냥 동갑일지 비밀하련다!

헉! 다 아신다고? ㅋㅋ

그러거나 말거나 분량도 제일 많으니 역시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억지를 부리련다^^

 

 

 

 

 

 

알파고가 어디 있는 고등학교냐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때 저 알파고의 능력이 참 부러웠다. 동시에 두려웠다.

예전 식당에서부터 등장해 요즘 마트에까지 세를 확장한 무인계산대를 보며

문득, 내가 부러워했던 알파고 때문에 사람들 곡소리 날 일이 머지않았구나 싶었다.

혹시 에세이든 자기계발서든 실용서든 사회과학서든 경제서든

어떤 테마를 정해주면 알파고는 그걸 제대로 짜깁기해 작가로 등단할지도 모를 일.

그럼 그 책을 읽을 독자는 사람일까, 기계일까 하는 바람 빠지는 상상도 해보고

그 책을 읽고 감동할 독자는 과연 사람일까 기계일까 하는, 조금은 심각한 상상도 해보았다.

(아, 그러니까 말입니다, 저 글꽃송이는

알파고가 짜깁기한 책보다는 작가들이 직접 고뇌하며 웃어가며 쓴 책이 좋다는 뜻입니다)

산문 하나하나가 엄청 짧아서, 그러니까 거의 한 장이나 한 장 반 분량밖에 되지 않아서

아주아주 지루하지 않게 후딱 읽을 수 있...으나 126편이니 그리 후딱은 읽지 못하는 책.

동인문학상을 수상...할 뻔한 김종광 작가의 "웃어라, 내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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