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Run Away K-픽션 23
조남주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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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나는 잘 있으니 걱정 말거라

 

 

 

 

 

우리도 잘 지내니 걱정 마세요.

 

 

 

 

 

아버지가 가출했다.
일곱 살이나 어린 아내에게 꼬박꼬박 존대하는 아버지였다.
동시에 숟가락과 젓가락과 마실 물이 놓여야만 식탁으로 오는 아버지였다.
일흔두 살이나 되신 데다 치매 등 정신질환도 없는 아버지가 가출이라니!
실종이나 납치가 아닌 건 확실하다.
'이제라도 내 인생을 살고 싶으니, 나를 찾지 마라'는편지 한 통을 남겨두었으니.

 

아버지가 가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두 오빠에게 연락해 본가로 간다.
그리고 아버지 가출에 정신 없는 와중에 엄마는 우리 먹일 음식을 잔뜩 해놓았다.
아버지가 싫어했던 음식이자 우리가 좋아했던 음식을 준비한 엄마.
우리는 대책회의를 하자고 모였는데 열심히 먹기 바쁘다.
아버지의 가출은 어쩌면 남은 가족들에게 나름의 독립과 해방을 안겨준 셈이었다.

 

 

 

 

 

 

와, 조남주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때마다 감탄하고 만다.
특히 짧은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는지가 나름 명확하다.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다.
워낙 자신을 통제하며 살았던 아버지는 일흔 둘이 되어서야 자유를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통제 아래 있었던 '나'와 두 오빠, 엄마는
익숙지 않은 상황에 당황하지만 세상에나, 금방 적응한다.
아버지의 가출은 어쩌면 남은 가족들에게 나름의 독립과 해방을 안겨준 셈이었다.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을 기울이던 가족들.
그중 특히 '나'는 자신이 건재함을 알리는 아버지의 신호를 받는다.
바로 '나'의 휴대전화로 오는 카드 사용내역이 그것이다.
아버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끔 '나'의 카드를 사용하고
그것으로써 자신은 잘 지내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오래 지나지 않아 가족들은 아버지가 없는 삶, 가부장이 사라진 삶에 적응한다.
그들은 아버지의 가출 덕분에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삶과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결국 아버지의 가출은 가족에게 위기가 아니라 화합을 안겨주었달까.

 

 

 



미안하지만 아버지 없이도 남은 가족들은 잘 살고 있다.
아버지도 가족을 떠나 잘 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언젠가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한영대역으로 소개하는
K-픽션 시리즈 23번째 책 ≪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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