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수미일관한 기준에 따라 분류되지 않는 기묘한 애서광들

 

 

 

 


더이상 꽂을 데가 마땅치 않아 이중으로 꽂아둔 책장에 가득한 책들을 보면?
나는 기분이 좋다.
김텃밭은 저 책들 언제 방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딸랑구는 마음에 드는 소품들만 챙겨 가져간다.
나는 애서광인가?

우연히 발견한 초췌한 외양의 책, 그 등장인물들이 실제로 누군지를 알아냈을 때
비로소 그 책은 새로운 관점으로 재탄생한다.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주인공도 사라지고
그들이 살았던 정원 등 공간도 예전과 달리 바뀌지만
책에 담긴 내용은 고스란히 남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르고 지나치면 사라질 책이었을 테지만
누군가의 눈에 띄어 그가 소장하는 순간, 그 책의 운명이 바뀐다.

 

 


너의 가치를 인지한 사람의 품에 안겼으니,

그 집의 한 귀퉁이에 놓인 책꽂이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시적인 선반에서 가능하면 오랫동안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자상하고 유명한 애서가였던 라울 기유마르가 친구였던 쥘 시지스몽을 욕하기 시작했다.
시지스몽의 살아생전 두 사람은 20여 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똑같은 장소에서 마주쳤고,
때로는 경매가 한창 진행 중일 때도 친근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지스몽이 자신의 소중한 장서를 남겨놓고 운명을 달리한 후 반 년이 지나도록
그의 장서가 경매에 나오지 않자 기유마르는  초조해진다.
참다못한 기유마르가 대리인을 보내 시지스몽의 장서를 일괄 구입하겠다고 제안하지만
시지스몽이 장서의 매각을 막는 조치를 취해 공증해두었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을 듣고 만다.

그는 시지스몽의 장서를 차지하기 위해 상속녀에게 청혼도 마다하지 않는다!
무려 58세의 여성에게 말이다!


하지만 엘레오노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원래 시지스몽과 결혼할 몸이었으나 책에 밀려 40여 년을 그냥 늙어온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 대신 헌책을 선택한 시지스몽이 남긴 유산, 거대한 서재 안의 책들을
유서대로 절대 책장에서 꺼내지 않고 파괴할 방법을 강구한다.
서재의 모든 유리창을 깨뜨리고 지붕을 망가뜨려 서재 안으로 비가 들이치게 하고
심지어 번식력 강한 쥐들을 암수 150쌍이나 풀어놓는데...
기유마르는 그녀가 벌인 참담한 상황을 막기 위해 옆집을 구입하고
몰래 기와장이를 불러 시지스몽의 집을 수리하고
고양이들을 구해 서재로 들여놓는 등 그녀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책을 망가뜨리려는 자, 책을 보존하려는 자 사이에서
이런 소설이 없겠다, 싶을 정도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결국...?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11편의 이야기.
단순한 책 소개나 책 수집가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게 아니다.
SF와 호러, 유머를 넘나들면서 책에 미친 사람들과
그들을 미치게 만드는 책의 이야기, 《애서광들》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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