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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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수 있는 배, 규정을 벗어버린다는 것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구원할 방주가 있을까?

 

 

 

 

 

사야마 리호.
남자와의 섹스가 너무 괴로운 그녀는
자신이 혹시 여자의 신체를 가진 남자가 아닌가 하는 상념에 빠진다.
그녀는 예쁘고 귀여운 여자를 보면 설레는 자신의 감정,
동성이 자신의 성적 대상이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자
결국 2차 성징을 찾기로 한다.

 

 

 

우선은 제 성별을 0으로 보고,
아이 때처럼 육체적 변화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 어느 쪽 성별이 좋은지 결정하려고요.

 

 

 

하지만 츠바키는 리호에게 여자가 맞다는 말을 건네고
치카코는 '여자'나 '섹스'에 대한 교과서적 개념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리호는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메이와 '여자끼리' 키스를 하다가
문득 자신이 애초에  갑옷처럼 두르고 있던 '성별' 을 벗어던지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데...

 

 

 

 

 

 

 

히라오카 치카코.
밤에도 불을 켜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31세의 직장인.
물을 마시고 그 물이 몸속을 흐르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비를 맞고 있는 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초경을 했을 때 여자로서의 감각을 느꼈다기보다는
마치 자신의 몸이 바위가 되어 암반수를 뿜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치카코는 자신이 사는 별의 수억 명이 함께하는 소꿉놀이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요
게임판의 규칙에서도 인간이라는 사실에서도 분리되어
별의 한 조각으로 돌아간 듯 해방된 삶을 살고 있었다.

 

 


소꿉놀이 안에서 어느 틈엔가 생겨난 규칙,
그것을 지키기 때문에 환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깜깜한 밤에도 자외선을 걱정하며
팔과 목에 선크림을 바르는 세리자와 츠바키.
어려서부터 줄곧 인기가 많았던 미모의 직장 여성이다.
그녀는 리호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욕망의 대상이 되는데...

 

 

 

 

 

 

 

 


부패한 세상을 멸하고자 노아의 가족에게 만들게 한 거대한 배 방주.
리호와 츠바키, 치카코는 그들이 만난 방주 같은 독서실에서
섹수얼리티라는 바다를 항해하며 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계를 항해하는 배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어요.
무성이라는 건 결국 피난처에 불과했던 거예요.

 

 

 



하나의 이름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성,
그 모호함을 인정하는 다양성을 제시한 소설이라고 정의하기엔 좀 모호하다만.
성의 정체성을 탐구하려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멀리 갈 수 있는 배》에 오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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