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 파단자 vs 기억 조작자 - 그들이 격돌한다

 

 

 


아주 심장이 쫄깃해지는 논스톱서스펜스스릴러



구타 당하는 친구를 구하려다 함께 구타 당하고 그 후의 기억이 사라진 니키치.
수십 분 후면 기억이 사라지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에 걸려버렸다.
그는 자신이 구타 당하던 때까지의 기억만 안은 채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난다.
낯선 집, 낯선 잠자리, 낯선 옷. 자신이 깨어난 곳이 어딘지 몰라
아침마다 기억을 복기해야 하지만 복기할 기억마저 없다.
잠들기 전까지의 기억은 늘 몽땅 사라진 후였기에.

그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오직 머리맡에 놓인 노트의 메모뿐.
그는 자신이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는 메모를 시작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고
구타 당한 후 처음 아침을 맞듯, 매일 아침 새로운 인생을 살듯
노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이 어떤지를 파악해야만 했다.
그리고 노트의 8페이지에 적힌 메모 하나가 그의 신경을 자극한다.



나는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잃어버린 기억을 갱신해내기 위해 눈을 뜰 때마다 노트의 메모를 읽는 니키치.
인간관계 유지는 이미 물 건너간 데다 새로운 기계에 대한 조작법마저 익히지 못하는 그는
어느 날, 접촉을 통해 사람의 기억을 바꾸는 초능력자 키라를 만나면서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키라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오만방자한 데다 분노조절장애까지 갖춘 살인마,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사람은 손을 잡는 등의 행위로 기억을 바꾼 후
거짓 기억을 심어주고 자살 등으로 위장해 죽여버리는 성격파탄자이다.
키라는 지하철 내에서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도 버젓이 성추행을 벌이고는
그걸 말리는 청년의 기억을 조작해 죄를 덮어씌우고 자수하게 만드는 비열한 놈이었다,
자신과 몸을 부딪혔다는 이유로 상대의 조작을 기억해
재산을 강탈할 기회로 삼고는 끝내 상대의 자살을 유도하는 잔인함은 그저 키라에겐 일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키라의 초능력은 전향성 기억 상실증을 겪고 있는 니키치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키라가 타인의 기억을 조작한 후 폭력을 저지르는 만행을 목격한 니키치는
자신이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키라의 기억 조작에 당한 척 연기한다.
니키치는 키라와 마주친 기록 등을 꼼꼼히 남겨 키라를 경계하고
그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새로운 날이 시작될 때마다, 즉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기억이 갱신되어 늘 같은 의문을 품으며 깨어나는 니키치의 삶에
나도 덩달아 기억을 리셋당하는 기분이 든다.
 기억이 몇십 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니, 얼마나 답답할까.
기억을 조작하는 초능력자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이 메모하고 추리하며 대처하는 방식 등이
소설 내내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수십 분마다 기억이 갱신되는 니키치는 잃어버린 기억력을 보완하기 위해 발달한
추리력과 판단력의 뇌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
남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끝내 인격분열까지 맛보게 하는 살인마 키라,
그의 마수에 걸린 니키치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끝없는 기억 갱신 덕에 논스톱서스펜스스릴러가 완성된 작품 《기억 파단자》.
마지막 페이지에서조차 흠칫 놀라게 되는 그것...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 vs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살인마
당신은 누구에게 배팅하겠는가?

'고바야시 야스미 월드'를 처음 접한 글꽃송이,
그의 이전 작품들이 미치도록 궁금하다.
음!  《앨리스 죽이기》를 장바구니에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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