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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점선의 영역, 현실에서 만드는 새로운 운명의 점선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01/pimg_7918311082039265.jpg)
할아버지는 예언가였다. 뭐 늘 예언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끔 하는 예언의 대부분은 일가친척들의 불길한 미래에 대해서였다.
그런 할아버지는 임종 직전 나에게 유언을, 아니 예언을 남긴다.
이번에도 역시 불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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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소 비밀스러운 빅데이터 분석업체에 근무한다.
십수 번의 취업 시도 끝에 겨우 얻은 직장이었고
눈 딱 감고 대시해 얻은 연인 '서진'의 취업 준비에도 관심이 많다.
그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던 나에게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면접을 보고 돌아온 서진은 그림자를 잃는다.
그날 그녀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면접에서 전 직장과 관련해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소문'이 있다는 이유로'
취업이 좌절된 서진은 대상도 이유도 알 수 없는 강렬한 분노에 휩싸인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림자가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돌아온 그림자를 그녀는 거부하며 내쫓는다.
그림자가 없는 지금이 자신은 정말 행복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녀는 어느새 내 눈에만 보이고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다가 점점 내 눈에도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한 남자가 사라진다.
그는 대한민국을 파고든 정전 사태를 틈타 중요한 자료들을 들고 자취를 감춘다.
그가 사라짐으로써 나와 회사는 곤란한 지경에 놓이는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01/pimg_7918311082039267.png)
불확실하고 모호한 내용이 둥둥 떠다니는 책이다.
그런데 자꾸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부러움을 자아내는 현실에서
'나'의 할아버지는 운 좋게 상가를 매입하고 노후를 보장받는 건물주에 등극한다.
그 운 좋은 할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예언에 따르듯 하나씩 벌어지는 사건.
그 과정을 제대로 견뎌내는 '나'가 대단하다 싶다.
판타지냐 싶으면 짠내 나는 현실을 담았다고 보이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춘들의 일상을 담았구나 싶으면
어느 새 닥친 문제를 돌파하는 데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뭐라고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애매함이 술술 읽히는 문장을 만난 책
《점선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