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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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의 영역, 현실에서 만드는 새로운 운명의 점선

 

 

 

 

 

 



할아버지는 예언가였다. 뭐 늘 예언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끔 하는 예언의 대부분은 일가친척들의 불길한 미래에 대해서였다.
그런 할아버지는 임종 직전 나에게 유언을, 아니 예언을 남긴다.
이번에도 역시 불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

 

 

 

 

 

 

 


나는 다소 비밀스러운 빅데이터 분석업체에 근무한다.
십수 번의 취업 시도 끝에 겨우 얻은 직장이었고
눈 딱 감고 대시해 얻은 연인 '서진'의 취업 준비에도 관심이 많다.
그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던 나에게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면접을 보고 돌아온 서진은 그림자를 잃는다.
그날 그녀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면접에서 전 직장과 관련해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소문'이 있다는 이유로'
취업이 좌절된 서진은 대상도 이유도 알 수 없는 강렬한 분노에 휩싸인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림자가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돌아온 그림자를 그녀는 거부하며 내쫓는다.
그림자가 없는 지금이 자신은 정말 행복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녀는 어느새 내 눈에만 보이고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다가 점점 내 눈에도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한 남자가 사라진다.
그는 대한민국을 파고든 정전 사태를 틈타 중요한 자료들을 들고 자취를 감춘다.
그가 사라짐으로써 나와 회사는 곤란한 지경에 놓이는데...

 

 

 

 

 

 

 

 




불확실하고 모호한 내용이 둥둥 떠다니는 책이다.
그런데 자꾸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부러움을 자아내는 현실에서
'나'의 할아버지는 운 좋게 상가를 매입하고 노후를 보장받는 건물주에 등극한다.
그 운 좋은 할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예언에 따르듯 하나씩 벌어지는 사건.
그 과정을 제대로 견뎌내는 '나'가 대단하다 싶다.
판타지냐 싶으면 짠내 나는 현실을 담았다고 보이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춘들의 일상을 담았구나 싶으면
어느 새 닥친 문제를 돌파하는 데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뭐라고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애매함이 술술 읽히는 문장을 만난 책
《점선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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