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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가끔은 그냥!
나에게 가장 적당한 온도란 평균과는 맞지 않지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작가 백영옥, 그녀의 글을 처음 만나봤어요.
특별한 거 없어요. 그냥 일상 곳곳에서 건져 올린 치유의 말들이랄까.
아니다, 어쩌면 너무 일상적이라 특별한 걸까요.
꼼꼼히 따져가며 읽지 않아도 좋거든요.
'내 소중한 말씀을 너희들 머릿속에 좀 집어넣어라'
이런 글들 많잖아요.
그런 강요가 담긴 글은 없네요.
그저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흐르는 대로 끄적여요.
독자도 그저 그 말을 받아먹든지 뱉든지 지나치든지 하면 되는 거죠.
마음 편히 읽을 수 있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아요.
다른 책, 기사, 영화 등에서 언뜻 봤던 문장들도 나와요.
꼭 적어두지 않아도 되는 글, 공감 가면 고개 끄덕이고 지나쳐도 되는 글.
그리고 때로는 내 마음에 콕 심어두고 싶은 글들도 있지요.
이제 저는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일을 꼭 직업으로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요.
열정과 관심이 생각보다 자주 바뀐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와, 요즘 고민 중인 딸아이의 진로에 비추어보자니 정말 맞는 말이다 싶어요.
이미 진로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딸아이가 열정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갖길 바라거든요.
지금 열정을 갖고 있는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면
열정이 곧 식어버릴 분야로 뛰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정을 품은 것을 해야 잘할 수 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경찰견으로 선발되지 못한 경찰 훈련견이
나중에 주지사견으로 발탁돼 '견생역전'을 하는 이야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것을 '평균적 삶'과 연결시킬 수 있겠어요.
감정을 억제해야 하는 평균 기준에 미달했지만
밝은 성격 덕분에 주지사견이 된 가벨.
조종사들의 평균에 맞춰 조종석을 설계했다가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이 되어 버려 전투기사고가 빈발하게 된 사연이랑 엮을 수 있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행복하다는 거예요.
다수가 선택하는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것,
그들 입맛에 맞는 평균적인 음식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요즘 이걸 하면 좋다더라, 저걸 하면 대박이라더라...'
이런 말은 내가 아닌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이지요.
조금 힘들어도 찬찬히 살펴보고 '나'의 선택을 하는 게 좋겠어요.
무수히 많은 가정법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바람이 불고 나무가 흔들려도 삶은 계속된다는 말을 남기고
작가도 물러가고 저도 물러갑니다.
오늘, 그냥 흘러넘쳐도 좋으니 부디 잘자요^^